오영교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동반성장위원회 제공
“경쟁력 관점에서만 보는 건 잘못 짚은 거다. 영세기업 경영안정을 꾀하자는 것인데.”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존폐 논란에 대해 오영교(74) 동반성장위원장은 15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적합업종제도는 영세 취약한 중소기업에 한정해 경영 안정을 도모하자는 취지”라며 “존폐 여부를 따지더라도 그 관점에서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쟁력 제고도 좋지만, 경쟁력을 높이는데 보탬이 안되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잘못된 관점이며 오도하는 것이다. 적합업종제를 전가의 보도처럼 쓰면 안 될 일이나, 그것이 있어 대·중소기업 격차를 협력하는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다. 마지막 보루 같은 것인데,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기 적합업종제는 특정 품목(업종)에 한해 대기업의 시장 진입과 확장을 막는 내용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도입됐다. 민간 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폐지된 옛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와 비슷한 성격으로 여겨져, 제도 도입 초기부터 산업 경쟁력 제고를 가로막는 ‘시대착오적 규제’라는 식의 비판에 맞닥뜨리곤 했다. 올해 5월 대리운전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한데 이어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도 동반성장위의 적합업종제 도마에 곧 오를 예정임에 따라 제도 존폐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오 위원장은 “적합업종 지정 여부 판단 때는 기본적인 기준을 따르고 있다. 중기 보호에만 치우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상생의 길로 가야 한다는 게 첫번째 원칙이다. 같이 참을 수 있는 인내의 범위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지, 일방의 승리로 가선 안된다. 산업 전체로 봐서 발전을 저해하고 망가뜨리는 건 안된다는 기준도 두고 있다. 소비자 후생도 중요하다. 이 세 가지 관점서 상생 협력하는 방안을 도출하려 한다.”
―플랫폼경제 확산으로 대·중기 대립 구도가 예전과 달라져 적합업종제의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동반위에서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검토할 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다. 플랫폼경제 확산을 고려할 때 적합업종제는 이제 안된다는 일반론으로 흘러선 안된다. 예컨대, 대리운전업 같은 경우는 플랫폼 산업과 밀접한 관련성을 띠지만, 플라스틱 재활용업은 다르다. (지정) 신청 업종이 어떤 상황인지 전체적인 방향을 봐야 한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의 첫 특별위원회인) ‘대·중소기업 상생 특별위원회’가 13일 공식 출범했다. 대·중기 상생을 목적으로 삼는 동반성장위와 업무에서 겹치지 않는가?
“동반위는 민간 기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자로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정부가 개입해 가부 결정을 하면 큰 부담을 안게 되는 영역이다. 상생 특위는 현안 과제들을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주고 저해 요인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복되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동반성장위의 적합업종 지정은 ‘권고’ 형식으로 이뤄진다. 이행을 강제하는 게 아니어서 엄연한 한계를 띠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오 위원장은 이에 대해 “가장 바람직하기로는 적합업종 지정 이전에 대·중소기업이 자율적으로 선을 긋고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적합업종 지정 신청을 받게 되면 사전적으로 대화 창구와 협의체 등을 만들어 민간 자율로 풀게 한다. 그게 우선이며, 적합업종 지정은 마지막 단계, 최후의 보루다. 남발하지 말아야 한다. 가급적 그 단계로 안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중소기업청 차장, 산업자원부 차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 행정자치부 장관, 동국대 총장, 한국산업기술문화재단 이사장을 지냈으며, 올해 3월 동반성장위원장에 선임됐다. 임기는 2년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