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가 3년4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계약갱신 청구권 시행 2년째에 재계약 끝난 세입자들이 한꺼번에 새 집을 찾으며 ‘전세 대란’이 날 거란 일각의 예상과 달리, 금리 인상 등으로 전세금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전달보다 0.25% 하락했다. 지난 2019년 4월(-0.32%) 이후 3년4개월 만에 가장 큰 내림폭이다. 서울 전세지수는 주간 기준으로도 지난주(5∼9일) 0.12% 내려, 2019년 2월 마지막주(-0.13%) 이후 3년6개월여 만에 최대로 떨어졌다. 지난 한 해 동안 4.34% 오른 뒤, 올 들어서는 0.83% 하락 중이다.
지난달 서울 자치구별로는 종로(-0.53%)·서대문(-0.49%)·은평(-0.44%)·송파(-0.38%)·마포(-0.38%)구 등의 순으로 전세지수가 많이 내렸다. 강남·서초구는 각각 0.19%, 0.18% 하락했다. 수도권 전체로는 0.62%, 지방 5개 광역시도 0.55% 내렸다.
이같은 내림세는 지난달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심해질거라는 일각의 예상을 벗어난 모습이다. 애초 시장에서는 임대차2법 도입 2년째인 7월 말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한 차례 쓴 세입자들이 셋집에서 밀려나며 전세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금리 인상으로 전세자금 대출 부담 등이 늘자 세입자들의 월세 선호 경향이 생겼고, ‘월세화’로 전세수요가 줄었다. 휴가철인 8월이 계절적 비수기인데다, 세입자들의 계약 만료 시점이 8월로 몰리지 않고 연중 분산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수도권 주택시장의 전세수급지수는 7월 93.0에서 지난달 88.9로 하락했다. 지수가 100 이하면 시장에 전세 구하는 사람보다 내놓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부동산원은 “금리 인상에 따른 전세대출 이자부담 가중으로 신규 전세보다 갱신 계약·준전세·월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매매가 하락과 함께 전세 매물의 가격 하향 조정이 지속된다”고 분석했다.
매매가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0.45% 떨어졌다. 노원(-0.99%)·도봉(-0.97%)·은평(-0.80%)·성북(-0.78%)·중(-0.78%)·종로(-0.75%)구 등 강북지역 중심으로 하락폭이 컸다. 부동산원은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에 거래심리가 위축되고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 25개 구 (매매지수가)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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