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공덕동 일대 빌라촌.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수도권 13개 읍·면·동에서 빌라 전세금 시세가 매매가를 추월하는 등 주택시장에 ‘깡통전세’ 비상등이 켜졌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80%를 넘은 지역도 124곳이었다. 전세보증금과 매매가 격차가 적을수록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커진다.
국토교통부는 14일 ‘전국 전세가율 현황’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광역 지방자치단체(시·도) 단위로만 전세가율이 발표됐지만 이달부터는 수도권에서 읍·면·동, 비수도권에서 시·군·구 단위로 통계가 공개된다. 올 들어 주택시장 둔화로 집값이 떨어지면서, 임대차 계약이 끝나고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나는 데 따른 조처다.
현황을 보면, 지난 6∼8월 3개월 동안 수도권의 연립·다세대주택(빌라) 평균 전세가율은 83.7%, 비수도권은 78.4%였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 수치가 80%를 넘으면 깡통전세 위험이 크다고 본다. 근저당권과 보증금 등의 합이 매매시세를 넘어, 임대인 파산·부도 등으로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보증금을 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빌라 전세가율 통계가 집계된 190개 수도권 읍·면·동 중 전세가율이 80% 이상인 곳은 124곳이었다. 산업단지 등에 인접해 주택 수요가 많고 새 아파트가 부족한 경기 서남부와 인천 등에 깡통전세 위험지역이 집중됐다. 경기 안산시 상록구 사동(111.6%), 인천 남동구 남촌동(108.9%), 서울 강서구 등촌동(105.0%), 경기 오산시 오산동(103.5%), 인천 계양구 효성동(103.0%) 등 13곳은 전세가율이 100%를 넘었다. ‘집값보다 비싼 전세’가 일반적이라는 얘기다.
서울에서는 강서구 공항동(98.3%), 강동구 길동(97.5%)·성내동(96.3%), 강서구 염창동(96.1%) 등 강동·강서구의 전세가율이 높은 편이었다. 지하철 9호선 등의 개통 이후 역세권을 중심으로 빌라 신축이 많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가 꺼지며 매매가가 꺾인 곳들이다. 비수도권 시·군·구로는 15곳의 전세가율이 80%를 넘었다. 부산 연제구(128%), 세종시(104.5%), 전남 광양시(97.6%) 등의 순이었다.
아파트 전세가율은 빌라에 비해 대체로 낮았다. 수도권 아파트의 최근 3개월 평균 전세가율은 69.4%였다. 전세가율 80% 이상인 지역은 84곳이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1가(103.4%), 경기 여주시 가남읍(99.0%)·이천시 창전동(97.8%) 등이다. 매매가가 비교적 비싼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는 모든 동의 전세가율이 70% 미만이었다.
정부는 최근 3개월·1년 동안의 전국 시·군·구별 주택 경매 낙찰가율도 함께 공개했다. 경매 낙찰가율은 주택의 감정평가액 대비 낙찰가 비율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세입자가 전세금 떼일 가능성이 커진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가평군(53.0%)·고양시 일산동구(64.4%)·평택시(68.1%) 등이 낮은 편이었다. 서울에서는 강서(73.3%)·금천(80.2%)·서대문구(80.0%) 등 중소형 주택이 많고 최근 집값이 많이 떨어진 지역의 낙찰가율이 낮았다. 구체적인 통계는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테크’ 누리집(rtech.or.kr)에서 열람할 수 있다.
김효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이날 언론 설명회에서 “최근 3개월 전국 평균 (주택 경매) 낙찰가율은 82.7%로, 1년 평균(85.2%)보다 낮아졌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는 데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세입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를 찾는 수요자들은 전세가율이 지나치게 높은 물건은 피하거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상품에 가입하는 등의 예방 조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