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임차인 5명 중 2명은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년 전보다 ‘월세 선호’ 비중이 2배 넘게 늘었다. 예비 세입자들이 꼽은 가장 큰 이유는 금리 인상에 따른 목돈 마련 부담이었다.
13일 직방이 지난달 17∼31일 모바일 앱 ‘직방’ 접속자 중 현재 임차인인 988명에게 선호하는 임대차 거래 유형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42.6%가 ‘전세보다 월세(보증부 월세 포함)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2020년 10월 조사(17.9%) 때보다 ‘월세 선호’ 비중이 갑절 이상 늘었다. 월세를 꼽은 비율은 30대와 40대에서는 각각 37.3%, 44.7%였고, 50대(50.0%)·60대(50.7%)에서는 절반을 넘겼다. 2년 전 조사에서는 모든 연령대에서 월세 선호가 40% 미만이었다.
이들이 월세를 찾는 주된 원인은 가파른 금리 인상이었다. 월세 선호 응답자의 40.4%는 ‘목돈 부담이 적다’는 이유를 꼽았다. ‘전세사기나 깡통전세 등으로 보증금 떼일 부담이 적다’는 응답이 20.7%, ‘전세자금 대출 이자부담이 커졌다’가 13.5%로 뒤를 이었다. 2020년 조사 때는 보증금 떼일 위험을 이유로 꼽은 응답자가 11.4%에 그쳐, 이 항목 답변이 가장 크게 늘었다.
직방은 “최근 매매가격은 내리고 금리가 오르면서, 기존에 무리하게 주택을 매입했던 집주인이 세입자를 못 구해 보증금을 미반환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의도적으로 전세사기를 치는 경우도 늘어, 월세를 택한 응답자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집주인들(응답자 127명)의 월세 선호 비중도 2년 새 42.2%에서 46.5%로 4.3%포인트 늘었다. 임대인들은 ‘매월 고정적인 임대수익이 있다’(64.4%)에 이어, ‘계약 만기 때 보증금 반환 부담이 적다’(18.6%)는 점을 주된 이유로 답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기에는 목돈을 받는 전세가 월세보다 유리하지만, 대출을 끼고 집을 산 경우의 대출 이자 증가와 집값 하락 등으로 보증금 반환을 걱정하는 집주인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주택시장에서는 ‘월세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 중 42.0%가 월세 낀 계약이었다. 지난해 7월(37.1%)보다 월세 비중이 4.9%포인트 늘었다. 직방은 “목돈 마련이 부담스러운 임차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은 금리 인상 기조 속에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짚었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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