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지난달 21일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1∼6월) 원-달러 환율 상승이 국내 소비자 물가를 0.4%포인트 밀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환율 요인을 제외하면 상반기 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4%대 초반에 머물렀으라는 것이다. 최근에도 ‘킹달러’(달러 초강세)로 인한 환율 오름세가 이어지며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은행은 8일 공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이 올해 상반기 중 소비자 물가를 0.4%포인트 정도 높인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올해 상반기 국내 소비자물가(월별 물가지수 평균)는 지난해 상반기에 견줘 4.6% 올랐다. 이중 환율 변동으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이 전체 물가를 0.4%포인트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한은은 “올해 들어 미국 달러화 대비 주요국 통화 가치가 큰 폭으로 절하되면서 국재 원자재 가격 상승이 각국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며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위스 등은 자국 통화 절하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을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배경의 하나로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기존 1.75%에서 2.25%로 높이는 빅스텝을 최초로 단행한 것도 단순 물가 대응뿐 아니라 환율이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함께 고려했다는 것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하 종가 기준)은 올해 1월3일 1191.80원에서 6월30일 1298.40원으로 8.9% 상승했다. 원화 약세가 가속화하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며 다시 원화 약세를 초래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올해 하반기에도 환율이 물가를 밀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한은 쪽은 “향후 유가 전망, 기저 효과 등을 고려할 때 물가 오름세는 올해 하반기 중 정점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물가 상방 리스크(위험)가 작지 않다는 점에서 정점이 지연되거나 고물가 상황이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내 물가는 국제 유가 및 농산물 가격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 지속, 미국 달러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높은 수준의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월1일 1297.30원에서 이날(9월8일) 1380.80으로 불과 두 달 새 6.4% 뛰었다. 환율과 수입 물가 상승 등으로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전년 대비 5∼6%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설명회에서 “원화 약세가 지속하면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최근 환율이 올랐지만 전반적인 경기와 물가 상황이 지난 8월 금통위 이후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긴 어려워 당분간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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