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담당 기자가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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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날마다 치솟고 있습니다. 8월29일 환율은 1350원을 뚫더니, 사흘 만인 1일에는 1354.9원에 마감했습니다. ‘환율 1300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4개월 만이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달러의 가치(가격)는 높아지고 원화의 가치는 떨어졌다는 뜻입니다. 달러 초강세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 요즘엔 ‘킹(King) 달러’, ‘슈퍼 달러’라는 말도 나오는데요. 킹 달러 시대가 열린 이유와 전망, 우리 외환당국의 대응을 물어봤습니다.
[The 1] 올 들어 환율이 약 13% 올랐는데요. 달러 가격이 왜 이렇게 오르는 건가요?
이재연 기자: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미국이 고물가에 대응하려 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시중에 풀린 달러를 회수하는 작업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달러 공급이 줄고 수요는 늘어, 달러 가치가 오르고 있어요. 두 번째는 달러 가치는 상대적이라 다른 나라의 통화가 받쳐주면 안 올라갈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경기가 좋지 않은 유럽의 유로 가치가 많이 추락했어요. 그래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더 쏠리고 있는 거고요.
[The 2] 환율이 더 오를까요?
이재연 기자: 요즘엔 환율 변동성이 정말 커졌어요. 그래서
증권가에서도 자신있게 전망을 내놓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래도 다들 공통적으로 환율이 떨어질 요인보다 오를 요인이 더 많다고 보는 것 같아요. 미국은 앞으로도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겠다고 했고, 유럽도 올해 에너지 위기로 경기가 나아지기 힘들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거든요. 그러면 환율은 상승 압력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한국은행도 고민이 많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비싸게 상품을 사와야 하니까 수입물가가 오르거든요. 안 그래도 인플레이션(화폐 가치 하락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 심한 상황인데 물가가 더 자극받을 수 있는 거죠.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The 3] ‘환율 1300원’은 시장에서 위기 신호로 받아들여진다는데, 정말 지금 위기인가요?
이재연 기자: 경제위기가 오려면 우리 외화가 바닥나서 시중은행이나 기업들이 외화를 구하기 힘들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달러가 비싸졌을 뿐 구할 수는 있어요. 그래서 시장에선 위기라고 부르지는 않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우리 외환보유액을 걱정하기도 하는데요. 7월 기준으로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 수준입니다. 절대적 양으로는 적은 수준이 아닌 거죠. 물론 외환당국이 환율을 안정시키려고 계속 달러를 팔고(공급 확대) 있긴 한데요. 그래도 지금 수준에선 외환보유액이 조금 줄어들어도 엄청나게 걱정할 타이밍은 아니라고들 말하고 있습니다.
[The 4] 외환당국은 이럴 때 뭘 할 수 있나요?
이재연 기자: 구두 개입과 물량 개입을 할 수 있습니다. 먼저 ‘환율 변동성이 큰데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데요. 시장 참가자들이 ‘당국이 노력한다고 하니 환율이 떨어지려나’ 하는 기대를 하고 더이상 달러를 안 사게 하도록 노력하는 거죠. 또 앞에서 말한 것처럼 외환당국이 달러를 시장에 매도해서(풀어서) 공급량을 늘리는 물량 개입을 하기도 합니다.
지금 외환당국이 이 두 가지를 하고는 있지만 우리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신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발행하는 국고채(정부가 발행하는 채권)를 외국인들이 안 사기 시작하면 펀더멘털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환율이 더 올라 원화 가치가 더 떨어졌는데도 국고채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떠나지 않고 투자를 더 하고 있습니다. 환율 급등이 우리만의 리스크라기 보다는, 달러가 너무 강해서 상대적으로 나머지 화폐들이 다 약세인 걸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The 5] 고환율이 개인에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이재연 기자: 우리는 모두 소비자입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오르는데요. 그러면 기업들이 외국에서 비싸게 사와서 얼마에 파는지가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해요. ‘이걸 내가 비싸게 사왔지만 국내 소비자에는 싸게 팔아야지’ 할 수도 있고, ‘비싼 가격을 다 소비자에 반영시켜야지’ 할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생각이 업종별로 다 달라요. 지금
개인들이 고환율을 잘 못 느끼는 게 기업들이 아직은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에 반영을 안 시키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앞으로 언제, 얼마나 반영시키는지에 따라 소비자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