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복지 예산 늘렸다더니…문재인 정부 증가율의 절반 그쳐

등록 2022-08-30 12:00수정 2022-08-31 02:41

2023 예산안 발표
기초생보·노인·보육 등 ‘사회복지’ 예산 5.6% 증가
MB 정부보다 적게 늘어… 고령화로 인한 자연증가 그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3년 예산안' 관련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정부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3년 예산안' 관련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정부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3년 예산안은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는 첫 ‘포스트 코로나’ 예산이다. 재난에 더욱 취약한 계층을 발견했고 여전히 한국 사회의 안전망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사회 보장 제도의 큰 폭 확장이 절실하다는 견해가 많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의 첫번째 기조로 ‘따뜻한 나라’를 제시했지만, 이번 복지 예산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따뜻함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30일 공개한 2023년 예산안을 보면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226조6천억원으로 올해보다 4.1% 늘어 내년 총지출(5.2%)보다 증가폭이 더 적다. 보건복지고용 예산 증가율이 총지출 증가율보다 적었던 건 이명박 정부 첫 예산이었던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일시적으로 늘린 보건 지출 감소를 뺀 사회복지 증가율(5.6%)은 전년도(5.4%) 및 내년도 총지출보다 높다”며 “주어진 재정여건 아래에서 복지 투자를 크게 늘렸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보건복지고용 예산 증가율이 낮아진 것은 ‘코로나19 예방접종’ 등 ‘보건’ 예산이 올해보다 8.7% 줄어든 탓이 크다.

하지만 나머지 ‘사회복지’ 예산 증가율도 예년 대비 대폭 낮아졌다. 보건복지고용 예산에서 보건을 뺀, 기초생활보장·노인·보육·일자리 등 사회보장에 쓰이는 사회복지 예산에는 그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시급한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느라 제때 정비하지 못한 사회안전망 관련 예산이 들어있다. 내년 사회복지 예산은 205조8천억원으로 올해보다 5.6% 늘었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 연평균 증가율(10.4%)은 물론이고 이명박 정부(7.5%)나 박근혜 정부(7.7%)보다도 크게 낮다.

그나마 늘어난 사회복지 예산도 고령화와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법률에 따라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지출이 대부분이다. 내년 사회복지 예산 205조8천억원 가운데 법률에 따라 지출 의무가 발생하는 ‘의무지출’이 144조6천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대비 11% 늘어난 반면,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재량지출’은 61조2천억원으로 올해보다 5.4% 줄었다. 고령화로 인해 연금 수급자 수가 자동으로 늘어나거나 물가 상승분이 반영돼 수급액이 조정되는 등 공적연금에서 8조3천억원, 기초연금에서 2조4천억원이 늘었기 때문이다. 물론 기초생활보장 급여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 중위소득이 5.47% 인상되고 최근 집값 상승에 따라 생계·의료급여 수급 자격을 잃을 뻔한 4만8천가구를 위해 재산 기준을 완화한 것도 사회복지 의무지출 증가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코로나19 때문에 늘어난 일시적 지출은 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 거기에서 줄어든 예산은 복지 기반을 올리고 상시적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쪽으로 배정해야 했다”며 “이번 윤석열 정부의 복지 예산은 대체로 자연증가일 뿐이고 정책 의지가 들어가지 않은 예산”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시기 내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돌봄 공백’ 해소에도 정부는 소극적이다. 어린이집 연장보육료 등이 담긴 ‘돌봄 공백 해소’ 예산과 육아휴직 정착 지원 등 ‘일·가정 균형’ 예산은 2조7천억원으로 올해보다 3200억원 늘어난 것이 전부다. 반면 만 0∼1살 아동이 있는 가구에 월 70만원(1살은 35만원)을 지급하는 ‘부모급여’ 도입에만 무려 1조3천억원을 들였다. 부모급여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제시한 핵심 공약 중 하나다. 전체 아동·보육 예산 9조8천억원 가운데 약 13%를 중산층과 고소득층에도 일괄 지급되는 현금 수당 사업에 집중 편성한 데 대해 ‘부모급여가 가장 시급한 과제였는지 사회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팬데믹을 거치며 노인 빈곤 문제도 더욱 심화했지만, 정부는 노인 일자리 ‘민간 전환’에 시동을 걸었다. 재정이 직접 지원하는 공공형 노인 일자리는 내년 54만7천명으로 올해보다 6만1천개 줄었고, 민간 사업체에 보조금을 주는 방식의 민간형 노인 일자리를 내년 27만5천명으로 올해보다 3만8천개 늘렸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공공형 노인 일자리는 노동시장에서 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고령층에 소득 보전 차원으로 제공하는 근로연계 복지”라며 “이를 시장화하겠다는 것은 노인 일자리 정책의 취지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단독] 윤 대통령, 파리서 총수들 불러 폭탄주…엑스포 투표 나흘 전 1.

[단독] 윤 대통령, 파리서 총수들 불러 폭탄주…엑스포 투표 나흘 전

젠슨 황은 보여줬다…인공지능으로 가는 길은 이쪽입니다 [CES 2025] 2.

젠슨 황은 보여줬다…인공지능으로 가는 길은 이쪽입니다 [CES 2025]

트럼프 입김에…현대제철, 미국에 첫 해외 제철소 건설 추진 3.

트럼프 입김에…현대제철, 미국에 첫 해외 제철소 건설 추진

‘더 얇게’.. 삼성전자 23일 갤럭시 신제품 공개 4.

‘더 얇게’.. 삼성전자 23일 갤럭시 신제품 공개

박상우 국토부 장관 “로컬라이저 규정 위반 아니지만 미흡”...사의 표명 5.

박상우 국토부 장관 “로컬라이저 규정 위반 아니지만 미흡”...사의 표명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