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쿠팡 등 오픈마켓 사업자들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 조치했다고 25일 밝혔다. 사진은 경기도 분당의 네이버 본사(왼쪽)와 서울 송파구 쿠팡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쿠팡 약관에서 경쟁사 오픈마켓보다 낮은 가격 등 더 좋은 조건으로 상품을 공급하도록 한 ‘최혜대우’ 조항이 삭제됐다. 명확하지 않은 사유로 결제금액 지급을 보류하거나, 귀책 여부 확인 없이 소비자 신고만으로 입점업체 제품 판매를 중지시키는 등의 오픈마켓 플랫폼들의 ‘불공정 약관’도 개선됐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7개 오픈마켓 사업자가 입점업체에 적용하는 불공정 약관을 시정 조치했다고 25일 밝혔다. 오픈마켓은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제공하는 대가로 입점업체로부터 판매 수수료를 받는 사업 모델을 말한다. 이번에 불공정 약관 시정에 나선 플랫폼 사업자는 네이버·쿠팡·지마켓·11번가·티몬·위메프·인터파크 등 7곳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온라인 플랫폼 관련 분쟁 66건 가운데 ‘오픈마켓 사업자-입점업체’ 간 분쟁이 69%(42건)로 계속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오픈마켓 이용약관 심사에 착수했고, 약관 자율 시정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쿠팡·11번가·인터파크·지마켓 등은 판매자 귀책 여부 확인 없이 소비자 신고만으로 판매자를 제재할 수 있게 돼 있던 조항을 삭제했다. 가압류·가처분을 이유로 판매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건도 판매 계약 이행과 직접 관련된 자산인 경우만으로 구체화했다.
네이버·위메프·쿠팡 약관 가운데 ‘판매자의 저작물을 서비스 종료 뒤에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도 삭제됐다. 특정 판매자가 독자적으로 제작한 상품 이미지를 동의 없이 다른 판매자의 동종 상품에 사용하던 관행이 사라지게 됐다. 상품 가격과 거래조건 차별화를 강제한 쿠팡 약관의 ‘최혜대우' 조항도 지워졌다. 이밖에 입주업체에 불리한 약관 변경 시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변경내용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돼 있던 쿠팡·11번가·인터파크 약관 조항도 변경 내용을 입점업체에 명확히 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쪽으로 개정됐다.
업계에선 오픈마켓 사업자 약관 수정만으로는 불공정 거래 강요 행위 등을 해소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월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사업자와 ‘을’ 처지의 입점업체 사이의 불공정 거래를 제재할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는 ‘플랫폼 사업자 갑질’을 뿌리 뽑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은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현행 약관법상 불공정 약관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근거가 없어, 플랫폼 기업들이 언제든지 불공정 조항을 끼워넣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치열하게 경쟁 중인 플랫폼 업계의 특성상 자율규제로는 한계가 있는만큼, 불공정 거래 행위 등을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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