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료 인상을 내걸고 파업을 벌이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하이트진로지부 조합원들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사옥 옥상 광고판과 1층 로비를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친족 범위를 축소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하이트진로·엘에스(LS)·지에스(GS) 그룹 등이 각종 기업집단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개혁연구소는 24일 발표한 ‘공정거래법 상의 친족범위 축소에 따른 규제회피 가능성과 그 대안’ 보고서에서, 동일인(총수)의 친족에서 제외되는 ‘혈족 5·6촌 및 인척 4촌’이 지배하는 회사들이 계열사에서 자동 제외되거나 간단한 지분 조정으로 규제 기준을 벗어날 수 있게 된다고 분석했다. 앞서 정부는 특수관계인에 포함되는 동일인의 친족 범위를 ‘혈족 6촌·인척 4촌 이내’에서 ‘혈족 4촌·인척 3촌 이내’로 축소하는 내용이 담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10일 입법예고했다. 국민 인식에 비해 친족의 범위가 너무 넓고 기업집단의 의무가 과도하다는 재계의 주장을 수용한 법 개정이다.
특수관계인에 포함되는 친족의 범위는 내부거래 현황 등 각종 공시 의무가 부과되고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 등 기업집단 규제 범위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 정부는 개정안 시행으로 60개 대기업집단의 친족 수가 절반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다.
연구소 분석을 보면, 하이트진로그룹의 대우컴바인은 혈족 5·6촌과 인척 4촌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개정안이 시행되면 계열사에서 바로 제외된다. 또 대우화학 주식 100%와 대우패키지 주식 20%를 보유중인 혈족 4촌이 그 자식들(혈족 5촌)한테 지분을 증여하면 두 회사도 계열사에서 제외될 수 있다. 대우화학과 대우컴바인은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97%를 웃도는데, 계열사에서 제외되면 계열사간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 규제(공정거래법 47조) 등을 받지 않게 된다. 하이트진로그룹은 대우화학 등 5개 위장계열사를 신고하지 않아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태다.
지에스그룹의 보헌개발·삼양인터내셔널 등 10여개 회사는 동일인(허창수)의 혈족 5·6촌들이 지분을 보유 중이다. 친족 범위가 축소되면 이들 회사는 계열 분리가 가능해 대기업집단 규제에서 아예 빠질 수 있다. 연구소는 “지에스그룹의 동일인 친족 회사들은 지에스 계열사 지분을 1% 이하로 매각하고 혈족 4촌들이 그 자식(혈족 5촌)에게 지분을 증여 또는 매각하는 방식으로 계열 분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계열사에서 제외되지 않더라도, 특수관계인 지분을 낮춰 규제 기준을 벗어나는 사례도 생긴다. 엘에스는 현재 동일인 및 친족 지분이 20%를 넘어(23.55%), 50% 이상 지분을 보유 중인 엘에스전선 등 5개 자회사가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 규제 대상이다. 그러나 시행령 개정으로 친족 범위가 축소되면 특수관계인 지분이 19.16%로 낮아지고, 이에 따라 5개 자회사 역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다.
이은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엘에스·지에스 그룹처럼 다수의 동일인 친인척들이 소량의 주식을 분산보유한 경우 친족 지분 감소와 지분 정리를 통해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경우 친족 범위에 계속 포함하거나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 규제는 현행 친족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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