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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쿠팡식 ‘로켓 보복’…코카콜라·엘라스틴 몽땅 퇴출, 왜?

등록 2022-08-22 15:59수정 2022-08-23 11:29

“공정위 신고한 기업 상품들 로켓배송 중단
쿠팡, 우월적 지위 남용해 제조사 길들이기”
‘신고 시 불이익 금지’ 규정한 공정거래법 위반
쿠팡이 자사 거래 정책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기업들과 거래를 중단하는 ‘보복’을 자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쿠팡 로켓배송 차량들. 연합뉴스
쿠팡이 자사 거래 정책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기업들과 거래를 중단하는 ‘보복’을 자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쿠팡 로켓배송 차량들. 연합뉴스

코카콜라, 엘라스틴샴푸, 크린랲, 페리오치약….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이 제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쿠팡 로켓배송으로 구매할 수 없는 상품들이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해당 상품 제조사들은 쿠팡을 불공정 거래 등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이력이 겹친다.

2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이 ‘단가 후려치기’ 등 자사 거래 정책을 공개적으로 문제삼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로켓배송 납품 거래를 중단하는 등의 ‘보복’ 행위를 하고 있다. 해당 제조사들은 “공정위 신고를 한 기업과 거래를 중단해 매출 피해를 주는 ‘쿠팡식 제조사 길들이기'”라고 설명한다. 공정위 신고나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거래를 중단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

업계에선 쿠팡의 제조사 길들이기 대표 사례로 ‘엘지(LG)생활건강 거래 중단'을 꼽는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 쿠팡이 납품업체에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 2019년 6월 엘지생건이 ‘경쟁 이커머스 제품 판매가 인상 요구’ 등 불공정 거래를 강요한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한 뒤 나온 제재이다. 당시 공정위 신고를 전후해 엘지생건 대표 상품인 엘라스틴(샴푸), 죽염(치약), 퐁퐁(주방세제), 샤프란(섬유 유연제) 등이 로켓배송 목록에서 제외됐다.

여기에는 코카콜라도 포함됐다. 코카콜라는 지금도 쿠팡 로켓배송 불가 상품이다. 엘지생건은 코카콜라 미국 본사에서 해당 음료 원액을 수입한 뒤 국내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엘지생건 쪽은 <한겨레>의 확인 요청에 “쿠팡 로켓배송 불가 상품인 것은 맞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공정위 신고에 나선 크린랲 제품들도 현재 로켓배송으로 살 수 없다. 크린랲은 2019년 8월 쿠팡이 자사 대리점과 공급 거래를 일방적으로 중단하자 부당한 거래 거절 행위 등을 했다고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다. 크린랲과 코카콜라 등은 현재 쿠팡에서 납품업자들이 물건을 떼어와 오픈마켓에 올리는 방식으로 거래되고 있다. 오픈마켓 상품의 배송 기간은 평균 3~5일이 소요돼, 하루 배송이 가능한 로켓배송 상품보다 판매량이 크게 떨어진다.

익일 배송 상품을 적재하는 쿠팡 풀필먼트 내부 모습. 쿠팡 제공
익일 배송 상품을 적재하는 쿠팡 풀필먼트 내부 모습. 쿠팡 제공

익명을 요청한 식품 제조기업 관계자는 “엘지생건이 중국 시장 악재로 매출이 급감한 뒤 로켓배송에 들어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쿠팡이 거래를 거절하고 있다는 건 업계의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다른 제조사들 역시 보복 피해를 당하는 엘지생건을 보며 쿠팡의 행태에 문제 제기를 하기 더 어려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제조사들은 “쿠팡이 수익 개선을 위해 제조사들을 상대로 거래 중단 조치를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쟁이 치열한 이커머스 분야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판매장려금 명목의 광고비를 과하게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시 일부 인기 상품의 판매를 중단해 매출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거래 중단 피해를 본 기업 관계자는 “쿠팡이 책정한 광고비를 내지 않으면 인기 상품부터 하나둘 솔드아웃(판매중단) 시키는데, 기간이 길어질수록 온라인 매출이 크게 줄어 (쿠팡) 요구를 들어주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며 “쿠팡에 거래 중단을 안 당해본 기업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공정위 판결조차 무시하는 쿠팡에 반기를 들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복 목적의 ‘거래 중단’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양창영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는 “공정거래법은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공정위 신고나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거래 정지 등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한다”며 “쿠팡과 거래하는 수많은 기업 중 특정 기업과 특별히 거래를 중단할 명확한 이유가 없는데도 거래 중단이 발생했을 때는 그에 따른 불이익 피해까지 다퉈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현재 두 회사와 소송이 진행 중이다. 아직 이슈가 종결되지 않아 정상적인 직매입 거래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현재 엘지생건과 크린랲 상품은 쿠팡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은 올해 2월 엘지생건 갑질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시정명령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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