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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월급날마다 하던 ‘어음깡’ 막는다…중기, 자금운용 숨통 트일까

등록 2022-07-27 13:06수정 2022-07-28 02:50

중기 ‘매출채권 거래 플랫폼’ 3분기 출범
신한은행, 은행권 처음 유동화 사업 진출
“금흐름 개선 도움…‘어음깡’ 사라질 듯“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가운데)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오른쪽), 김용우 더존비즈온 대표(왼쪽)가 6월16일 서울 을지로 더본비즈온 본사에서 ‘중소기업 매출채권 팩토링 및 디지털 전환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한상의 제공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가운데)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오른쪽), 김용우 더존비즈온 대표(왼쪽)가 6월16일 서울 을지로 더본비즈온 본사에서 ‘중소기업 매출채권 팩토링 및 디지털 전환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한상의 제공

배관 설비를 만드는 ㄱ업체 이아무개 대표는 종종 ‘어음깡’으로 직원들 월급날을 맞춘다. 수도권 일대 물류창고가 주요 거래처인데, 외상 거래가 한꺼번에 몰리면 운영 자금이 바닥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구매기업한테 받은 어음을 만기 대금보다 10~15%가량 할인한 값에 종금사에 넘기고 현금을 마련한다. 이 대표는 “거래처들이 다 중소기업들이라 외상채권 담보로는 대출이 안 나온다. 내 신용대출도 늘 한도가 차있는 상태라 방법이 없다”며 “두어달 뒤면 온전히 받을수 있는 대금을 10% 넘게 떼이면 생살이 떨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국내 은행권에도 중소기업 매출(외상)채권을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거래 시스템이 도입된다. 오랜 외상거래 관행으로 현금 흐름이 빠듯한 중소기업의 자금 운용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 출범을 목표로 ‘중소기업 매출채권 팩토링(중개)’ 플랫폼을 마련 중이다. 국내 최대 전사관리시스템 업체 더존비즈온과 함께 조만간 조인트벤처를 설립할 계획이다. 시중은행이 중소기업 매출채권 시장에 진출하는 건 처음이다.

매출채권금융(SCF)은 기업간 상거래 채권을 유동화하는 것으로, 다른 나라에선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시장이 폭넓게 형성돼 있다. 하지만 국내 시중은행들은 지금까지 대기업 매출채권 담보대출만 취급했다. 중소기업 매출채권은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중소기업 매출채권은 제2금융권이나 사채시장 등에서 높은 할인율을 감수하고 이른바 ‘어음깡’으로 현금화할 수 밖에 없었다. 중소기업 매출채권의 할인율(90일 만기)은 대개 두자릿수를 훌쩍 넘는다. 국내 중소기업 매출채권 규모는 연간 150조~200조원으로 추정된다.

신한은행이 구축 중인 매출채권 플랫폼은 신용과 담보가 부족해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없는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 외상채권을 거래하는 시스템이다. 신한은행 쪽은 “과거에는 실제 상거래 없이 발행하는 가짜 어음이 많았지만, 이젠 거의 모든 상거래에서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지 없다. 외려 신용대출보다 담보력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시장이 작동할 기반이 형성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거래 방식은 이렇다. 제품을 판매한 기업이 구매기업에 발행한 전자세금계산서를 팩토링 플랫폼에 등록한다. 플랫폼은 상거래의 진성 여부와 구매기업의 신용도 등을 평가해 만기(30~90일)에 따라 할인율(이자율)을 정한다. 은행은 할인율을 적용한 값으로 판매기업에 현금을 주고 매출채권을 매입한 뒤, 만기가 되면 구매기업한테 외상금 원금을 회수해 차액만큼 이익을 얻는 구조다. 플랫폼 운용사는 일정한 거래 수수료를 받게 된다.

자료:신한은행
자료:신한은행

합작회사 파트너인 더존비즈온은 국내 전자세금계산서 시장의 8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업체에 누적된 상거래 데이터가 진성 어음 여부를 가리고 구매기업의 신용을 평가하는 1차 잣대가 된다. 은행도 별도의 신용평가를 한다.

할인율은 얼마나 될까? 구매기업의 신용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인 기업 신용대출보다는 조금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시장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있어 이에 연동이 되겠지만, 현 이자율 수준에서는 대략 6~9% 정도가 팩토링 사업의 이익분기점이 될 것 같다. 초기에는 수익보다는 시장 확대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구매기업들한테도 이점이 생긴다. 예를 들어, 만기가 한달 남은 매출채권을 금융기관이 매입했다면 만기를 최대 3개월(90일까지)까지 더 늘려 재조정할 수 있다. 갑작스런 지출 등으로 현금 흐름이 부족해 대금 지급 기한을 맞추기 힘들 때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주영 팀장은 “중소기업의 외상채권도 합리적인 할인율로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거래 시장이 활성화되면 고질적인 현금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판매기업은 만에 하나 구매기업이 부도가 나거나 대금 지급이 지연되는 리스크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출채권 플랫폼은 다른 시중은행과 증권사, 저축은행, 캐피탈 등 다양한 금융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으로 구축된다. 중장기적으로 플랫폼에 참여하는 팩터(중개인)들이 많아지면 ‘비딩(입찰) 시스템’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판매기업이 할인율 등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금융기관을 직접 선택해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비딩 시스템으로 가려면 많은 팩터들이 경쟁해야 한다”며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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