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배터리 부품을 생산하는 중견기업 ㄱ사는 공장 가동률이 생산 가능 물량의 10% 정도에 그치고 있다. 중국 완성차 대기업 공급처로 등록되면서 수주 물량이 전년보다 3배 이상 증가했지만, 마이크로콘트롤러유닛(MCU) 등 범용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ㄱ사의 주요 반도체 구매선은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인데, 주문 물량과 공급 시기를 맞추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공급 가격도 코로나19 이전보다 수십배 올라 채산성을 확보하는 것도 문제다. ㄱ사 대표는 “현재로서는 반도체 가격에 상관없이 부품 재고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 구입이 가능할 때마다 재고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중견·중소 수출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향후 수출 환경이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원부자재 공급난과 물류난으로 인한 공급 비용의 증가를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18일 한국무역협회가 국내 중견·중소 수출기업 318개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4.3%가 향후 수출 환경이 악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응답은 32.4%, 개선될 것이란 답변은 23.3%였다.
수출 환경 악화의 주된 요인으로는, 원부자재 수급난(27.8%)과 물류 애로(22.7%)에 따른 공급 비용 상승이 가장 많았다. 이어 환율 변동성(18.7%), 인력 부족(15.7%), 글로벌 수요 감소(13.5%) 등의 차례였다. 물류 관련 애로 사항으로는, 물류비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47.7%)이 가장 많았고, 선복(화물 적재 공간) 확보 어려움에 따른 수출 지연(29.9%), 물류난 장기화에 따른 재고 부담(21.4%) 등을 꼽았다.
무역협회는 “정부가 수출기업의 수입 부가가치세 납부 유예제도를 확대하는 한편,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수입 물류를 지원하는 협력 체제가 필요하다”며 “해상·항공·육상·통관 등으로 나뉘어 있는 물류 행정을 총괄하는 범정부 콘트롤타워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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