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경북 경주시 보문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제4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 부대행사인 ‘현장에서 보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0년 평가와 향후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2012년 1월26일 제정된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0주년을 맞아 앞으로의 10년을 고민하는 이번 토론회에 90여명의 관계자가 참여했다. 이번 토론회는 기획재정부와 전국협동조합협의회, 한국협동조합학회의 주최로 열렸다.
“그동안 2만 2천여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됐습니다. 이미 충분한 역량을 갖춘 협동조합도 있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협동조합도 많습니다. ‘협동조합’ 다움을 구현할 수 있도록 향후 10년의 협동조합 계획이 설계되기를 희망합니다.”
김아영 성공회대 연구교수(협동조합경영학)는 지난 9일 경북 경주시 보문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 내 학술행사 ‘현장에서 보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평가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2032년 협동조합 도약을 위해 원조와 관리 중심의 ‘지원’에서 자조와 촉진의 ‘진흥’으로 협동조합 담론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지 10년 차에 접어든 올해 기획재정부는 제4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을 수립·발표할 예정이다. 김홍섭 기획재정부 협동조합과장은 인사말에서 “10년간 양적·질적으로 협동조합이 성장하는데, 현장의 노력이 컸다”며 “당사자 조직의 의견을 담아 협동조합 정책과 제도개선 과제를 제4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에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승석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대표와 한국협동조합학회 장승권 회장(성공회대 교수·경영학), 박강태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상임대표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협동조합의 가치가 증대되고 발전될 수 있는 정책 구성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는 의견에 입을 모았다.
기획재정부와 전국협동조합협의회, 한국협동조합학회의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기획재정부 연구용역으로 지난 4월부터 전국협동조합협의회와 성공회대학교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로 협동조합 전문가 및 관계자 90여명이 모여 의견을 나눴다. 연구 발표에 나선 성공회대협동조합경영학과 김아영 연구교수, HBM사회적협동조합 이예나 박사(HBM사회적협동조합 연구원)는 “협동조합 관계자 심층면접조사(FGI)와 지역 및 업종별 협동조합 대상 설문조사로 현장에서 협동조합이 직면한 현실과 도전과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봤다”고 연구의 진행 과정을 설명했다. 김아영 연구교수는 “협동조합을 둘러싼 법제도와 정책의 효과성을 현장에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당사자 중심의 법제도·정책·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발표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이예나 박사는 설문조사에서 “협동조합 현장에서는 지난 10년간 협동조합 설립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측면에서 양적 성장은 긍정적이지만, 자산이나 매출 규모 등 질적 성장은 아쉽다는 의견이 확인됐다”며 “향후 정부의 정책, 제도에서 질적 내실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이 두드러졌다”고 진단했다. 협동조합 생태계 발전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협동조합 관련 법 제도로 일선 담당자의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 제고와 전문성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으며, 개별 협동조합 스스로는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운영역량을 높여 사업의 안정성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인됐다. 한편, 이 박사는 협동조합 연합회·협의회가 협동조합 간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자체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 정부에서는 협동조합에 대한 대국민 인식개선 활동이 필요하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밝혔다.
연구책임을 맡은 김아영 연구교수는 협동조합 진흥을 위한 과제 및 현장의 제언으로 “역량, 인력 개발, 협력과 연대, 협동조합에 관한 인식 확산”으로 정리했다. 김 교수는 “협동조합이라는 기업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협동조합은 협력과 연대로 ‘협동조합다움’을 강화하고, 정부는 사회연대와 통합을 위한 사회정책의 측면과 국민경제균형 발전을 위한 기업정책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앙 주도의 정책에서 광역, 지자체와의 연계를 통한 지역 기반 정책으로 협동조합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9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에서 보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0년 평가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협동조합이 직면한 현실과 도전해야 할 과제, 함께 만들어갈 미래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다. 왼쪽부터 서재교 우리사회적경제연구소 소장, 김지영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박강태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상임대표, 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장, 김은선 수원시이종협동조합연합회 회장, 김아영 성공회대 협동조합경영학과 연구교수
발제 뒤엔 박강태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상임대표를 좌장으로 김지영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서재교 우리사회적경제연구소 소장, 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장, 김은선 수원시이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국내 최초로 에이즈 감염인의 일자리 창출과 에이즈 인식개선을 위해 대구에서 설립된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의 김지영 이사장은 “지역 중심으로 협동조합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는 연구결과에 동의한다”며 “지역을 기반으로 규모화되고 성장하는 협동조합에 대한 생애주기별 지원 정책과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재교 소장은 “일반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이 각각 상법과 민법에 근거하고 있어 협동조합기본법 아래 두고 관리하는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사회적협동조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민수 센터장은 “지난 10년이 협동조합을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는 ‘협동조합 1.0시대’였다면, 이제 협동조합기업을 잘 운영할 수 있는 ‘협동조합 2.0시대’를 위해 현장과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김은선 회장은 “지역·업종별 협동조합 협의회에 대한 현장의 기대를 연구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며 “개별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것만으로 벅찬 것이 현실이지만, 연대만이 지역을 넘어 광역으로 우리의 사업을 확장하는 방법”이라며 연합회 참여를 독려했다.
지난 9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제4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 부대행사로 지역, 업종에서 추진하는 협동경제 사례를 공유하는 ‘지조와 협력으로, 더 큰 협동의 경제로' 이야기마당이 열렸다. 왼쪽부터 김대훈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 김종필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창업경영지원센터 기획실장, 박남수 경기도협동조합협의회 공동대표, 김영란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상임이사, 나용수 광주광역시협동조합협의회장, 김윤권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 유길의 대구광역시협동조합지원센터장
오전 토론회에 이어, 협력과 연대로 협동조합의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모색하는 사례를 나누는 사례 발표회도 같은날 오후에 열렸다. 전국협동조합협의회와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협동조합 당사자들이 모여 자조와 협력으로 ‘협동경제’를 만들어가는 지역 및 업종별 사례를 공유했다. 사회적경제 상생 플랫폼 구축, 협동조합 상품 고도화, 돌봄 협동을 위한 협동조합 간 협동의 사례들을 발표하고, 20여명의 협동조합 관계자들이 함께 자리해 협동조합 간 협동으로 협동조합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민주적 경영에 뿌리를 둔 협동조합의 사람 중심 비즈니스의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지역과 업종을 아울러 협동조합들이 협력하고 연대하는 실천 사례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경주/글·사진 신효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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