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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기름값 인하에 4조원 썼지만…물가 0.56%p 낮췄을 뿐

등록 2022-07-09 07:00수정 2022-07-09 17:25

[한겨레S] 정남구의 경제 톡
‘유류세 인하’뿐인 민생대책
6월 소비자물가 전년 대비 6%↑
외환위기 뒤 23년만에 가장 큰 폭
유류세 인하폭 확대에만 매달려
연말까지 4조∼5조원 더 들어가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가 고조되면서 고공 행진하던 국제유가가 급락한 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가 고조되면서 고공 행진하던 국제유가가 급락한 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6월 소비자물가가 전달보다 0.6% 오르면서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준 상승폭이 6.0%에 이르렀다고 통계청이 5일 발표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6.8% 상승) 이후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무엇이 물가상승을 이끌고 있는가? 외환위기 때는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부실해져 외화 차입이 어려워지면서 달러값이 1997년 평균 951원에서 1998년 1399원으로 47% 치솟은 영향이 컸다. 수입물가가 급등해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번엔 다르다. 원-달러 환율도 조금 오르긴 했지만, 그보다는 원유와 식료품 등 수입 원자재 가격 급등이 국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산 넘어 산’ 물가, 정부 대책은 ‘공백’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품목은 458개다. 6월의 6.0% 상승에 크게 기여한 것을 꼽아보면, 공산품에 속하는 석유류의 기여도가 특히 크다. 휘발유, 경유, 엘피(LP)가스 등 6개 품목은 물가지수 가중치(전품목 합계 1000)가 39.4에 불과한데도, 작년 6월보다 평균 39.6% 폭등하면서 6월 물가상승률을 1.74%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받는 전기·가스·수도 요금도 평균 9.6% 오르며 물가지수를 0.32%포인트 끌어올렸다.

김치찌개, 설렁탕, 도시락 등 39개 외식 품목은 평균 8.9% 올랐다. 물가지수 상승률 기여도가 1.01%포인트로 꽤 크다. 공산품 가운데 석유류 말고는 가공식품(73개 품목)이 꽤 많이 올랐다. 평균 7.9% 오르며 물가상승률을 0.68%포인트 끌어올렸다. 빵(0.06%포인트), 비스킷(0.04%포인트), 햄·베이컨, 우유, 식용유, 아이스크림, 커피(이상 0.03%포인트​)의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컸다.

농축수산물의 경우 돼지고기(18.6%)와 수입 쇠고기(27.2%)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농축수산물 전체(80품목, 가중치 83.8)로는 4.8% 오르며 지수 상승 기여도가 0.42%포인트에 그쳤다. 하수도료, 외래진료비, 휴대전화요금 등 30개 품목의 공공서비스 물가도 평균 0.7% 상승에 그쳤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6월 소비자물가 조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에 수요 측면 요인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곡물 가격 상승 등 대외적인 공급 측면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이 물가를 끌어올리느냐는 통화정책 등 정책 결정에 중요한 변수다. 어 심의관의 말처럼 대외 공급 측면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면 ‘금리를 올려 소비와 투자 수요를 억제함으로써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만 금리 인상은 한-미 금리 차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물가 안정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한국은행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폭을 결정할 예정이다.

물가 상승세는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보다 앞서 움직이는 생산자물가가 2월에 전월 대비 0.5%, 3월에 1.5%, 4월에 1.6%, 5월에 0.5% 올랐다. 7월부터 전기·가스 요금이 올랐고, 10월에 전기요금이 또 오르는 것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런데 시장의 관심은 벌써 ‘금리 인상’ 그리고 ‘그 이후의 경기’를 향해 가고 있다. 5일(현지시각)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값이 배럴당 99.50달러로 전날보다 8.2%(8.93달러) 떨어진 것이 이를 보여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대한 러시아 제재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데도 유가가 급락한 것은 경기 후퇴로 에너지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 까닭이다.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6월8일 배럴당 122달러를 넘긴 뒤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은 물가가 걱정거리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그 여파가 기다리고 있다. 이어 경기가 후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는데, 대기업 법인세 인하 추진, 부동산 보유세 삭감과 분양가 상한제 등 주택시장 제도 개편에 초점을 맞췄다. 당면 현안에 대한 대응으로는 ‘위기대응체계 마련’, ‘거시경제여건, 취약계층 피해 등 종합 고려한 정책조합 추진’, ‘가계·자영업자 부채 연착륙 및 재기 지원을 위한 로드맵 마련’ 등 선언적 내용만 담았다. 어떤 대응을 할지 현재로선 공백이 크다.

실제 정부가 추진한 정책으론 14개 품목 관세 인하, 유류세 인하폭 확대가 거의 전부다. 정부는 5월30일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통해 커피 원두의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돼지고기 등 14개 품목의 관세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물가 안정을 위해 더 적극적인 조처는 유류세 인하폭 확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에 요청해 지난해 11월12일부터 20% 인하한 유류세를 5월1일부터 30% 내렸다. ‘유류세 20% 인하로 월 45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한다’는 정부 설명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부터 6월 말까지 감세액을 계산하면 4조원가량이다.

소비자물가 상승폭은 얼마나 줄였을까?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의 주간 석유제품 가격 집계로 계산하면 휘발유값은 작년 6월 셋째주 리터당 1576.2원에서 올해 6월 셋째주 2080.9원으로 올랐다. 유류세를 리터당 247원 할인하지 않았다면 2327.9원이었을 것이다. 이를 소비자물가 품목 지수에 적용해 계산하면 휘발유, 경유, 엘피가스 물가는 52% 오를 것을 38% 상승으로 낮췄고,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를 0.56%포인트 낮췄다. 6월 상승률이 6.61%일 것을 6.05%로 낮춘 셈이다. 이 효과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매달 6750억원의 세 감면을 계속해야 한다. 유류세 인하폭을 37%로 더 낮춘 7월부터는 세수 감소액이 월 8300억원대로 불어난다. 연말까지 4조∼5조원이 더 들어간다.

물가안정 체감 안 되는 ‘민생대책’

국회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유류세 인하폭을 50%로 늘리자는 법안을 내고, 한시적으로 100% 면제하자는 주문도 나왔다. 그러나 이처럼 물가 안정 효과는 체감하기 어려운 반면 세수 감소는 매우 커서 재원을 효과적으로 쓰는 민생대책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물가 타격이 큰 계층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유류세 인하는 가격 상승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무디게 해, 불요불급한 소비를 줄이려는 유인을 꺾기도 한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 집계를 보면, 유류세 인하폭이 20%에서 30%로 확대된 5월 휘발유, 경유, 엘피가스 합계 소비량은 전달보다 28.5%, 전년 같은 달보다 11.7%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7일 낸 보고서에서 “차라리 유류세 세수로 국민을 지원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한겨레 논설위원 jeje@hani.co.kr

경제부장, 도쿄특파원을 역임했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등의 책을 썼다. 라디오와 티브이에서 오래 경제 해설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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