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공사현장. 현대건설 제공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재건축 공사중단 사태가 서울시의 중재에도 ‘상가 갈등’을 풀지 못하고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단지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뿐 아니라 상가 사업관리(PM) 회사와도 분쟁을 벌이고 있다. 시공단은 공사 재개 조건으로 ‘피엠사와의 분쟁을 마쳐 사업의 걸림돌을 없앨 것’을 요구했으나, 조합은 이를 거부했다. 공사비 대출 보증이 끝나는 다음달 23일까지 양쪽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조합원 한명당 사업 분담금이 1억원 이상 늘게 된다.
7일 서울시는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과 시공단 간의 분쟁 조정 상황에 대해 “지난 5월말 이후 9개 쟁점사항 중 8개 조항에 합의했다. 마지막 사안인 상가 분쟁 관련 중재안은 미합의 상태”라고 밝혔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기존 아파트 5930채를 철거하고 1만2032채로 짓는 대규모 공사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2020년 6월 전임 조합 집행부와 시공단이 맺은 5600억여원의 공사비 증액 계약 등을 두고 조합과 시공단이 갈등을 빚으며 4월부터 공사가 멈췄다.
이후 서울시의 중재로 시공단이 요구한 9개의 공사 재개 요건 중 8개 항목에 대해서는 양쪽이 합의를 본 상태다. 시공단은 △기존 공사비 증액 계약을 인정할 것 △일반분양 일정을 확정할 것 △기존 상가 피엠사와의 계약을 인정할 것 등을 요구해왔다.
이에 양쪽은 공공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의 재검증을 거쳐 공사비를 증액하기로 했다. 분양 일정 확정을 위해 최종 합의 후 60일 이내에 강동구에 분양가 심의를 신청하고, 조합원들의 분양계약도 조속히 진행한다. 그동안 분양 일정 등이 지연돼 불어난 사업비에 대해서도 부동산원의 검증을 거쳐 “공사비 및 공사기간에 그대로 반영”하기로 했다. 공사비와 관련한 대부분의 쟁점에서 사실상 조합이 ‘백기’를 든 셈이다.
그러나 또 다른 뇌관인 상가 분쟁에 대해서는 양쪽이 합의를 보지 못했다. 기존 상가 피엠사인 ‘리츠인홀딩스’는 지난 5월말부터 상가 공사 현장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 조합과 계약을 맺고 자기 비용을 들여 상가설계와 분양 사무를 맡아왔는데, 조합이 돌연 계약을 해지해 사업비를 회수할 길이 막혔다고 주장한다. 시공단은 이 회사의 유치권 행사가 풀려야 전체 단지의 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상가 건물 위에 지어지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2개 동 있어, 이들 건물을 함께 완공하지 못하면 전체 단지의 준공 승인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합은 시공단의 ‘월권’이라고 맞선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장은 지난 6일 조합원들에 보낸 메시지에서 “이미 계약 해지된 용역업체에 불과한 피엠사와의 합의서를 (시공단이) 조합총회에서 의결까지 해서 제출하라는 것은 법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공사 지연이 계속되면서 조합의 금융비 부담 등이 불고 있다는 점이다. 시공단은 재건축 사업비에 대한 대출 보증을 섰는데, 공사가 재개되지 않는 한 보증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출금 7000억여원에 대한 만기가 돌아오는 다음달 23일까지 양쪽이 합의하지 못할 경우, 시공단은 이 금액을 금융기관에 대신 갚은 뒤 조합에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조합원 한 사람 당 1억여원을 상환해야 한다. 변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조합이 파산하고, 사업이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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