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 대기업 셋 중 둘은 최근 2년간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피해를 봤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올 하반기 공급망 여건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매출액 상위 1000개 제조기업 중 150곳을 조사(6월22∼27일)한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기업의 66.0%가 최근 2년간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원자재 조달과 물류에서 매우(16.7%) 또는 약간(49.3%)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전혀 또는 거의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응답한 기업은 각각 17.3%, 16.7%로 나타났다.
공급망 문제로 피해를 본 기업들은 그 원인으로, 특정 지역 봉쇄 등으로 인한 팬데믹 리스크(35.3%),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국제정세 불안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30.7%), 운송 지연이나 파업 등 물류·운송 리스크(27.5%) 등을 꼽았다.
올 하반기 공급망 여건에 대해서는 상반기와 비슷(48.0%)하거나 악화(42.7%)할 것으로 보는 기업이 90.7%였다. 글로벌 공급망 재조정 검토 여부를 물었더니 ‘구체적 대책을 마련했다’고 답한 기업은 6.0%에 그쳤다. ‘검토 중’이라고 답한 곳이 44.0%로 가장 많았고, ‘검토 예정’인 곳이 35.3%였다. 구체적인 대책의 내용은 ‘복수의 기업으로부터 재료·부품을 조달해 대체 공급망 구축’(38.3%), ‘동일제품을 타 거점에서도 생산’(22.1%), ‘재료·부품·제품 재고 확대’(12.1%), ‘스마트 제조 및 생산 자동화율 확대’(11.1%) 등으로 답했다.
기업들은 자사의 공급망 경쟁력을 대체로 낮게 평가했다. 자사의 전반적인 공급망 경쟁력 및 통제력을 평가해달라고 했더니 100점 만점에 평균 58점을 줬다. 세부적인 평가 항목을 보면 △유연성(팬데믹·재해 같은 돌발상황에 잘 대처함) 58점 △분산성(특정 국가·업체에 편중되지 않음) 57점 △신속성(권역별 현지화로 신속 대응함) 56점 등이었다.
공급망 개선을 위한 정부 지원 정책으로는 ‘수급처 다변화를 위한 거래처 정보제공 및 지원’(32.3%), ‘글로벌 공급망 모니터링 및 위기 경보 시스템 강화’(22.0%), ‘공급망 리스크 민감 품목 관리·지원체계 고도화’(17.3%) 등의 의견이 나왔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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