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차전지 산업 종합경쟁력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로 평가됐다. 일본과 미국이 뒤를 이었다. 2차전지는 탄소중립 흐름과 디지털 경제 전환에서 주요 핵심 제품으로 꼽힌다. 미·중 첨단기술 패권 경쟁 또한 2차전지의 중요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산업연구원은 29일 발표한 보고서 ‘2차전지 산업의 가치사슬별 경쟁력 진단과 정책 방향’에서, 정량·정성 분석을 통해 2021년의 경쟁우위를 진단한 결과, 종합경쟁력에서 중국이 100점 만점에 95.5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86.3, 일본 84.6, 미국 76.4, 독일 70.4, 프랑스 65.5 순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의뢰로 실시한 이번 분석의 정량 평가는 글로벌 2차전지 기업 397개사를 대상으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비 비중, 영업이익률, 보유 특허 등의 지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정성 평가는 2차전지 산·학·연 전문가 12인이 논의 과정을 통해 합의점을 찾는 ‘델파이 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2021년 주요국의 종합경쟁력 순위는 2020년 10월에 처음 실시했던 경쟁우위 진단 결과와 같았다.
가치사슬별로 볼 때 한국은 연구개발·설계(91.2)와 생산(92.2)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요(80.1)와 조달(80.4) 부문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진단됐다. 중국은 연구개발·설계(93.3), 조달(99.3), 생산(92.7), 수요(97.5) 등 2차전지 산업 전반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조달과 수요 부문에선 만점에 가깝게 분석돼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연구개발·설계 87.7, 조달 86.2, 생산 84.1, 수요 80.2로 글로벌 3위 수준의 종합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처럼 원자재를 국외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조달 부문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였다. 미국은 수요(83.7) 부문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독일과 프랑스는 산업 구축 초기 단계로 경쟁력을 높이려 애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차전지의 가치사슬은 연구개발·설계, 조달, 생산, 수요로 구성돼 있으며 연구개발·설계 부문은 대부분 생산에 참여하는 주요 기업에 의해 수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달은 2차전지 생산에 투입되는 소재와 부품, 장비로 구성되고, 소재는 다시 원자재와 가공소재로 구분된다. 생산은 조달된 제품을 투입해 2차전지를 제조하는 단계이며, 수요는 2차전지를 활용하는 단계를 말한다.
산업연구원은 “2차전지 산업 가치사슬의 핵심은 생산과 조달 부문이며, 앞으로도 생산 및 조달을 중심으로 부가가치의 비중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특히 “생산 부문은 연구개발·설계 및 조달 등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크고 기술변화를 선도하고 있어 전체 산업의 향방을 좌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국내 2차전지 산업은 우수한 제품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부문의 해외 의존도가 높고, 국내 수요 기반이 취약해 한계를 띠고 있다”며 “경쟁우위 지속을 위해선 세계 최고 전지기술 개발을 통한 초격차 기술확보와 공급망 안정화, 환경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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