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휘발윳값이 리터당 2000원 초반대인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고객들이 기름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휘발유와 경유 등 유류에 적용하는 탄력세율의 범위를 기존 30%에서 50%까지 확대하자는 논의가 국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법정 최대한도까지 인하한 유류세를 더 낮추기 위해 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현재 30%인 유류세 탄력세율 범위를 50%로 확대하는 내용의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과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류세는 교통세에 붙는 교육세(교통세의 15%)와 주행세(교통세의 26%), 부가가치세(10%)를 뭉뚱그려 이르는 말이다. 법은 세율의 30%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배 의원의 법안은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탄력세율의 범위를 키워 물가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자는 취지다.
고물가 상황에 당장 유류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인 만큼 여야 모두 찬성하고 있다. 배 의원의 발의안은 사실상 여당인 국민의힘의 당론 격 법안이고,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유류세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유류세 인하폭을 법상 최대한도까지 확대했는데 그 정도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며 “정부가 탄력세율을 키울 수 있도록 추가 입법해서 50% 정도까지 해야 기름값을 (리터당) 1800원대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만일 배 의원의 법안이 통과되고 이를 한도까지 즉시 적용할 경우, 휘발유 유류세는 현재 리터당 516원에서 368원으로 148원 더 내려간다. 유류세 인하 시행 전 ‘리터당 820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인 452원이나 내려가는 셈이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오르자 지난해 11월부터 유류세율을 20% 인하했고, 유가가 오를 때마다 인하 폭을 키워왔다. 최근에는 유류세 기준 세율을 기존의 높은 세율에서 일반 세율로 조정해 유류세를 법정 최대한도까지 인하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까지 모두 쓴 것이다.
정부는 국회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태도지만, 내부에서는 엇갈린 목소리도 나온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커진다는 점에서 반기는 시각도 있지만, 유류세를 50%까지 낮출 때 줄어들 세수에 대한 걱정도 상존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유류세 인하로 이미 줄어든 세수는 3조8천억원, 올해 하반기에 감소할 세수 규모는 5조원에 이른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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