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불안에 이어 제조업과 수출 등 실물 경제의 체감·전망 지표들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여파로 인한 실물경기 둔화가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주요 업종별 전문가 174명을 대상으로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를 조사(6월13일~17일)한 결과, 6월 제조업 업황지수가 76으로 5월(91)보다 15포인트 하락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 5월 전달보다 11포인트 떨어지며 기준선인 100을 밑돈데 이어 두달 연속 두자릿수가 떨어졌고 하락 폭이 커졌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7월 제조업 전망지수는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 달(94)보다 17포인트 낮은 77에 그치며 2년여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이 지수가 100 이상이면 전달보다 개선됐거나 개선될 것이란 의견이 더 많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6월 업황지수를 부문별로 보면, 내수(76)와 수출(80) 모두 각각 19포인트씩 하락했다. 생산(86)은 15포인트, 투자액(92)은 9포인트, 채산성(69)은 14포인트 줄었다. 업종별로는 조선을 제외한 반도체·자동차·기계·철강 등 대부분이 기준선을 밑돌았다.
무엇보다 호조세를 보여온 수출 전망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이날 발표한 올해 3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4.4로, 지난 2분기(96.1)보다 더 떨어졌다. 이 지수가 기준선(100)을 밑돈 건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이 지수는 국내 1301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5월30일~6월10일)한 것인데, 100을 밑돌면 수출 경기가 직전 분기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품목별로 보면, 자동차(부품)·플라스틱·고무·철강·비철금속 등 11개 품목의 수출이 전분기보다 나빠질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선박(조선)·반도체·화학공업 등은 3분기에도 수출 확대가 예상됐다. 의료·정밀·과학기기와 전기·전자 등은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수출기업들은 내다봤다.
수출기업들은 3분기 수출의 위험 요인(복수응답)으로 원재료 가격상승(84.9%), 물류비 상승(74.4%)을 많이 꼽았는데, 환율 변동성 확대(32.7%) 응답도 전분기(22.5%)보다 10%포인트 급증했다. 과거와 달리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상승 요인보다 수입 원자재값 상승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무역협회는 분석했다. 김민우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최근 유가·원자재가 상승과 불안정한 원자재 수급 등이 수출 전망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며 “전 세계적인 물가상승과 금리인상 가속화 등으로 수출환경의 불확실성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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