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극도로 고도화된, 시공간을 알 수 없는 곳에서 결국 사람의 이야기를 한다. 한국 출판계에서 과학소설이 이렇게 인기였던 적이 일찍이 있었을까. 김초엽(29) 작가는 지금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가 오는 23일 열리는 제1회 사람과디지털포럼 점심 특강 연사로 나선다. ‘당신의 우주정거장을 상상해보세요’라는 주제로 우리가 지닌 편견과 차별이 픽션의 세계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반영되는지 살펴보고,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과학기술과 미래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김초엽 작가는 여러 작품에서 과학과 기술의 사회적 의미를 질문하며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그가 그려낸 세계에서는 누구나 소수자의 삶을 경험한다. 현실에서 약자로 여겨지는 특성이 그곳에서는 과학기술로 가볍게 보완된다. 오히려 남다른 인지능력이나 감각이 장애로 여겨진다. 주인공의 소외감과 상실감, 주변부로 밀려나는 감정들은 누구나 느끼는 것들이었다. 다양한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주요 화자로 다루며 그들이 과학과 우주의 세계를 유영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김초엽 작가는 포항공과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던 중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칼럼과 에세이, 논픽션, 단·중·장편을 가리지 않고 꾸준하고 성실히 작품을 내는 부지런한 작가이기도 하다. 소설집 <방금 떠나온 세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장편 <지구 끝의 온실> 등이 있다. 제43회 오늘의 작가상(2019년), 제11회 젊은작가상(2020년),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2021년) 등을 수상했다. 차별과 혐오를 마주하는 소수자의 삶을 그려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제19회 한국여성지도자상 젊은지도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변동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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