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섭 공기업 평가단장이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1년도 공기업 경영평가 결과 및 특징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해양 안전 전담 기관으로 출범한 해양교통안전공단이 새 정부의 첫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기관장 해임 조처를 받았다.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적자 우려가 커진 한국전력 경영진은 성과급을 반납하기로 했다. 전기 요금 인상을 앞두고 자구 노력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는 20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 실적 평가 결과 및 후속 조치’를 확정했다. 평가 대상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30개 가운데 18곳이 ‘미흡 이하’ 등급을 받았다. 1년 전에 견줘 1곳 줄었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 등급은 탁월(S)·우수(A)·양호(B)·보통(C)·미흡(D)·아주 미흡(E) 등 6개로 매긴다. 미흡 이하 등급을 받은 기관의 임·직원은 성과급을 받을 수 없다.
사실상 낙제점인 ‘아주 미흡’ 등급을 받은 기관은 한국철도공사, 우체국물류지원단,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등 3곳이다. 철도공사와 해양교통안전공단은 1년 전보다 등급이 각각 2계단, 1계단 하락했다. 우체국물류지원단은 2020년도에 이어 지난해도 최하점을 받았다.
‘미흡’ 등급을 받은 기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마사회, 한국소비자원 등 15곳으로 1년 전에 견줘 2곳 줄었다. 토지주택공사, 마사회 등 5곳은 2년 연속 미흡 판정을 받았다.
공공기관운영위는 2년 내리 미흡 등급을 받거나 최하 등급을 부여받은 기관 8곳 중 해양교통안전공단의 기관장 해임을 건의하기로 했다. 이 기관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종전 선박안전기술공단이 지난 2019년 새로 출범한 것으로, 지난해 임명한 현 김경석 이사장 임기는 2년가량 남아있다. 나머지 기관은 기관장 임기가 이미 만료했거나 재임 기간이 짧은 까닭에 해임 대상에서 제외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공공기관 평가에서 일부에서 예상했던 ‘기관장 물갈이’는 없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 기관장들이 당분간 임기를 지키며 새 정부와 동거를 한다는 의미다.
또 공공기관운영위는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9개 자회사, 지난해 적자를 낸 강원랜드·한국공항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석유공사·한국철도공사 등 공기업 11곳에 기관장 및 감사, 상임이사의 성과급 반납을 권고했다.
한전은 지난해 순손실 5조9천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1∼3월)에도 7조8천억원 순손실이 발생했다. 한전 쪽은 이날 “글로벌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창사 이래 최악인 20조원 이상의 영업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영난 극복을 위해 자발적인 성과급 반납을 결정했다”며 “재무위기 극복, 전기요금 인상 최소화를 위해 정승일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은 2021년도 경영 평가 성과급을 전액 반납하고 1직급 이상 주요 간부들도 성과급을 50%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앞으로 공공기관 평가 제도 전면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전 정부에서 확대한 일자리 창출·안전 등 사회적 가치 평가 비중을 낮추고, 재무 성과와 조직·인사 운영 효율성 배점 비중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공공기관의 공공성에서 수익성·효율성 쪽으로 관리의 무게 중심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기재부 쪽은 “오는 7∼8월 개편 방안을 논의해 올해 공공기관 경영 평가부터 반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세종/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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