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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법인세 깎아준다고? 부담은 왜 ‘유리지갑’ 소득세 몫인가

등록 2022-06-11 07:00수정 2022-06-11 12:40

[한겨레S] 정남구의 경제 톡
정부 ‘법인세 인하’ 추진 논란

“기업 투자·일자리 창출 뒷받침”
윤 정부, 법인세 인하 뜻 드러내
지난 11년간 근로소득세수 3배로
노동자·자영업자에 세부담 집중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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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취임 뒤 처음 연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법인세와 기업상속세를 내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으로 정부는 범부처 차원의 과감한 규제 혁파와 법인세 및 가업상속·기업승계 관련 세제 개편 등을 통해 기업 주도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나갈 계획입니다.”

법인세, 상속세 인하는 재계의 숙원이다. 추 부총리는 ‘세금을 낮추면 투자가 활성화돼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재벌 대주주들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 말했다. 가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 법인세 인하안을 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법인세와 관련한 재계의 요구는 최고세율을 낮추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가장 높을 때가 28%였다. 이를 이명박 정부에서 22%까지 낮췄다. 문재인 정부 때 과표구간을 3단계에서 4단계로 늘리면서 과세표준(과표) 3천억원 이상 구간의 세율을 25%로 올렸다.

법인세 깎아주면 투자 늘린다?

경제력이 소수 재벌기업에 집중된 우리나라에서는 법인세를 소수의 대기업이 대부분 낸다. 국세청의 2020년 법인세 신고 현황을 보면. 과표 3천억원 이상으로 최고세율 25%를 적용받은 법인은 전체 법인 83만8천여개의 0.01%에 불과한 84개 기업이다. 이들 기업이 낸 법인세는 19조5천억원으로 법인세수의 36.4%를 차지했다. 과표 200억∼3천억원 구간은 22%의 세율을 적용받는데, 대상 법인은 1416개로 법인세수의 31.9%인 17조1천억원을 냈다. 둘을 합하면, 1500개 기업이 전체 법인세수의 3분의 2에 이르는 68.3%를 낸 것이다. 법인세 개편의 영향을 주로 받는 것은 이들 대기업이다.

법인세를 올리면 투자가 줄고 내리면 투자가 늘어난다는 주장은 사실인가? 역사적 경험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 친화’를 앞세우며 2008년 2월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과표 2억원 이하 구간의 법인세율을 13%에서 11%로 낮추고, 이듬해 과표 2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25%에서 22%로 낮췄다. 2011년에는 22% 세율 적용 구간을 과표 200억원 이상으로 고쳤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4년에 내놓은 ‘엠비(MB)정부의 감세정책에 따른 세수효과 및 귀착효과’ 보고서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기업들이 26조7천억원의 법인세를 덜 냈다고 집계했다. 그러나 그 기간 기업의 투자가 늘고, 그 결과로 고용이 늘었다는 지표는 찾아볼 수 없다. 세금을 덜 낸 기업들은 늘어난 순이익을 은행계좌에 쌓아두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세계경제는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투자 의사 결정을 좌우하는 것은 세금보다는 세계경제 상황이다.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너무 과중하기 때문에 깎아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보기도 어렵다. 국세청 세수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10∼2012년에는 평균 23.8%에서 2013∼2017년(박근혜 정부) 사이 22.2%로 조금 낮아졌다가 2017∼2019년 24.5%로 높아졌다. 코로나 대유행 기간인 2020∼2021년엔 평균 20.5%로 뚝 떨어졌다.

세목별 세수의 변화를 추적해보면, 정작 세금을 깎아달라고 소리쳐야 할 이들은 기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근로소득세를 내는 직장인과 종합소득세를 내는 자영업자들이야말로 세금 증가의 ‘과속’에 좀 브레이크를 걸어달라고 요구할 만하다.

우리나라 조세수입의 세 기둥은 법인세, 부가가치세, 소득세다. 2010년 법인세는 37조3천억원, 부가세는 49조1천억원, 소득세는 37조5천억원이 걷혀, 세가지 세목의 세수가 전체 국세청 세수(166조원)의 74.6%를 차지했다. 이후 세제에 이런저런 변화가 많았지만, 세수 비중은 76∼79% 사이에서 별 변화가 없다. 하지만 세목별로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세수 비중을 보면 법인세는 2010년 22.4%에서 2021년 21%로 줄었다. 같은 기간 부가세 비중은 29.6%에서 21.3%로 급감했다. 반면 소득세 비중은 22.6%에서 34.1%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세수가 얼마나 늘었는지 보면, 법인세는 1.9배로, 부가세는 1.45배로 늘었지만, 소득세는 3.05배로 늘었다. 소득세 가운데 자영업자들이 주로 내는 종합소득세는 2.84배로 늘었고, 노동자들이 내는 근로소득세는 3.24배로 늘었다.

근로소득세는 왜 그렇게 늘었을까? 우선, 취업자 수가 늘고 임금소득이 증가한 것이 한 원인이다. 그러나 과세 대상 근로자들의 임금총액이 2010년에서 2020년까지 10년간 87.5% 늘어난 데 비해 근로소득세수는 224%나 증가했으니, 그것만으로는 다 설명하기 어렵다.

과세미달자의 비율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끼쳤을까?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정부는 소득세 특별공제(의료·교육비, 기부금, 보험료, 연금저축·퇴직연금 등) 항목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을 뼈대로 소득세법을 고쳤다. 이때 근로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 근로자 비중이 2013년 31.3%에서 2014년 48.1%로 폭증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계속 낮아져 2019년 36.8%, 2020년 37.2%로 떨어졌다. 소득 있는 국민이 조금이라도 소득세를 내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다. 논란거리는 소득 증가에 견줘, 세금의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냐는 데 있다.

‘유리지갑’ 소득세를 보라

근로소득세 납세자 1인당 세금을 보면, 소득세 공제제도 개편이 있었던 2013년 198만원에서 2020년 361만원으로 늘어났다. 무엇보다 물가가 상승하는데도 과표구간을 조정하지 않은 것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소득세 과표구간은 2008년 1200만원, 4600만원, 8800만원으로 설정된 이후 최고세율 구간(8천만원 초과) 신설과 최고세율 인상만 이뤄졌다. 8800만원 이하 구간의 과표 조정은 없었다. 물가가 뛰면 실질소득은 그대로인데, 소득(과표)이 높은 세율 구간에 진입하면서 세금이 늘어난다.

2020년 소비자물가는 2010년에 비해 15.8% 상승했다. 2010년 4천만∼4500만원의 근로소득자의 평균 세율은 2.0%였다. 물가가 15.8% 뛰었으니 2020년 5210만원을 벌어도 실질소득은 같다. 그런데 그해 4500만∼5천만원을 번 사람은 평균 3.1%의 소득세를 냈다. 과표구간을 정비하지 않은 결과는 종합소득세수가 크게 늘어나는 데도 똑같이 영향을 끼쳤다.

법인세를 깎으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소득세가 크게 늘어난 이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을까?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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