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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사회안전망 공백 메울 ‘협동금융’의 길 열어달라”

등록 2022-06-10 15:08수정 2022-06-10 16:41

9일 ‘협동조합 공제 제도개선’ 국회포럼
사회·경제적 약자 위한 제도 개선 논의

노동·시민사회·생협 등 공제조합 설립 난항
협동조합기본법 개정 등 법적 근거 현실화 제안
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민병덕,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 사회연대공제, 사회적경제연대포럼,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가 공동주최로 열린 ‘협동조합의 자조적 사회안전망, 상호부조 현실화를 위한 기본법 제도개선 방향 국회포럼’에서 정순문 법무법인 더함 변호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민병덕,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 사회연대공제, 사회적경제연대포럼,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가 공동주최로 열린 ‘협동조합의 자조적 사회안전망, 상호부조 현실화를 위한 기본법 제도개선 방향 국회포럼’에서 정순문 법무법인 더함 변호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국가가 다 하지 못한다면 사회가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

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협동조합의 자조적 사회안전망, 상호부조 현실화를 위한 기본법 제도개선 방향’을 주제로 열린 국회포럼에 발제자로 나선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의 말이다. 급격한 산업변화와 노동시장의 불안정에서 비롯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국가나 영리를 추구하는 자본시장에서 소외된 경제·사회 약자들의 복지 사각지대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동계와 시민사회, 생협 등을 중심으로 각계에서 상호부조를 통해 직접 안전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배달노동자들의 공제조합 설립 추진부터 자활근로자들이 중심이 된 전국주민협동연합회, 시민단체 활동가를 위한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노동자 권익 증진을 위한 ‘노동공제연합 풀빵’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공제조합도 만들어졌다. ‘공제(공동구제)’란 경제적·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같은 지역이나 직업을 가진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기금을 쌓아 위험에 대처하는 상호부조 사업을 의미한다.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보험상품의 대안으로 정부가 놓치고 있는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며 ‘연대’를 기반으로 자조적인 사회안전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경제 약자 스스로 경영의 건전성을 확보하면서 자율적으로 공제를 시행할 수 있는 제도는 미비한 상황이다.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고 2014년 협동조합의 공제사업 및 상호부조가 명시됐지만, 공제협동조합은 여전히 법 밖의 임의단체로 남아있다. 금융·보험업종의 협동조합은 기본법이 적용되는 업종에서 제외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제사업은 ‘연합회'의 ‘회원'만을 대상으로 할 수 있고, 일반협동조합의 ‘상호부조’는 금지되어 있으며, ‘사회적협동조합’이라 하더라도 출자금 총액 한도 내에서만 상호부조사업 규모가 제한되어 있다.

9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협동조합의 자조적 사회안전망, 상호부조 현실화를 위한 기본법 제도개선 방향'을 주제로 국회포럼이 열렸다. 왼쪽부터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사무국장, 유유미 전국주민협동연합회 상임이사,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정순문 법무법인 더함 변호사,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위원장, 이창형 기획재정부 협동조합과 사무관, 박광동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9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협동조합의 자조적 사회안전망, 상호부조 현실화를 위한 기본법 제도개선 방향'을 주제로 국회포럼이 열렸다. 왼쪽부터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사무국장, 유유미 전국주민협동연합회 상임이사,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정순문 법무법인 더함 변호사,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위원장, 이창형 기획재정부 협동조합과 사무관, 박광동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자조적 사회안전망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제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날 국회포럼은 사회·경제 약자들을 중심으로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도전들과 국내외 법제 연구 시사점을 토대로 한 제도개선을 제안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배달노동자의 현실과 안전망으로서의 공제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한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사무국장은 “40대 배달노동자로서 부담하는 보험료가 연 600만원이 넘는다. 나이가 어려질수록 부담은 훨씬 커진다”며, “보험사들이 배달노동자에겐 보험을 들지 말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 부담으로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조합원을 위한 공제조합, 신용도가 낮아 대출을 못받는 조합원을 위한 대출사업, 자차보험이 없는 라이더를 위한 수리비 지원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마련해 시작하고 있다”며, ‘노동공제연합 풀빵’, ‘사무금융 우분투 재단’ 등의 도움과 연대를 설명했다.

전국주민협동연합회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거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자의 자활지원을 위해 2010년 출범했다. 공제사업을 위해 2017년 ‘ 사회적협동조합 우리함께 ’ 라는 법인을 만들었으며, 43개의 주민협동회를 통해 어려운 주민들을 위한 상호부조사업과 소액대출사업 등을 하고 있다. 유유미 전국주민협동연합회 상임이사는 “2021년 기준 50억 정도의 자체기금을 운용하고 있으며, 사회적경제조직 누적 대출 금액 31억원, 회수율은 95%를 기록했다. 매달 5천원부터 1만원까지 모아 마련한 협동기금이다. 서로간에 어떤 돈으로 이 일을 진행되는지 알기 때문에 회수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협동금융’의 의미를 강조하며, “법적으로 정해진 한도 내에서 상호부조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정작 어려운 분들에게 필요한 보험, 즉 ‘공제’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도록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일본, 독일, 영국, 캐나다 등 해외 법제도 연구의 시사점을 발표한 정순문 법무법인 더함 변호사는 “공제 발전에 따른 제도 정비는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상호성과 비영리에 근거한 협동조합기본법 상호부조·공제의 특성을 존중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위원장은 “노동이 녹아내리고 있다”며, 토론의 말문을 열었다. “오늘의 논의는 노동이 녹아내리고, 기존의 체계로 보완하기 어려운 사회적인 필요들이 생기는 상황에서 상호부조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라며, 상호성·민주성·연대성이라는 협동조합의 고유의 정체성을 반영한 상호부조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협동조합기본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했다.

협동조합기본법 개정방향 제안(안).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 토론문 발췌
협동조합기본법 개정방향 제안(안).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 토론문 발췌
토론자로 참여한 김홍섭 기획재정부 협동조합과장은 “금융은 소비자 보호, 관리감독 등의 문제로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밖에 없다”며, “현장의 움직임들을 보면서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광동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제도 개선의 경로를 설명하며, 시범사업을 제안했다. 연합회 등 민간 스스로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보고서를 만들어내거나, 중간지원기관이나 부처 단위에서 프로젝트 단위의 효과성 검증을 시도해보면서 사전 타당성 검사를 해보는 방안이다.

좌장을 맡은 김형미 상지대학교 교수는 “대한민국은 2017년 고령사회로 진입해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고, 현재도 이미 1세대 1인가구가 가장 많은 세대가 됐다”며, “우리 사회의 상호부조 정신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 시민단체,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역할할 수 있도록 전향적인 길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병덕,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 사회연대공제, 사회적경제연대포럼,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가 공동주최했다.

글·사진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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