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국 지위가 대만·아세안 등에 밀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하락과 우리의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수입 시장 내 한국 점유율은 8.0%로 2017년에 비해 1.9%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중국의 10대 수입국 중 가장 큰 하락폭이다. 중국과 무역 분쟁을 겪은 미국(1.7%포인트 하락)보다 크다.
품목별로 보면,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 부품, 합성섬유, 파라크실렌(페트병 원료) 등의 수입액은 늘었지만, 수입처가 대만과 지역으로 일부 옮겨가면서 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중국의 수입이 꾸준히 늘고 있는 컴퓨터 및 주변기기, 통신장비, 전자부품 등 정보통신기술(ICT) 제품군의 한국산 비중이 2017년 20.5%에서 작년에는 17.9%까지 줄어 점유율 하락폭이 컸다. 반면, 해당 품목의 대만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수입 점유율은 각각 5.6%포인트, 1.9%포인트 상승해 우리나라를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중국의 최대 수입국인 우리나라가 2020년 이후 2년 연속 대만에 수입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주며 중국 내 입지가 약화하고 있다”며 “주변국과의 경쟁 심화와 함께 중국 내 한국 반도체 등의 생산 설비가 확대된 점도 중국 수입 시장 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가공 단계별로 보면, 중간재와 소비재 수출 부진이 점유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중국의 중간재 수입은 2017년보다 50.3%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한국산 수입은 21.7% 늘면서 중간재 수입 점유율이 2.9%포인트 하락했다. 우리나라는 대중국 수출의 80% 이상이 중간재다. 소비재 수입 시장에서도 아세안·미국·독일 등에 밀려 3%대 점유율에 머물고 있다.
김아린 무역협회 연구원은 “중국의 가공무역 억제와 중간재 자급화 등 산업구조 고도화가 한국의 대중국 수출을 장기적으로 저해할 수 있다. 수출 품목 다양화와 고부가가치 전략 품목 발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추가 양허 협상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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