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KIET)은 30일 ‘2022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을 통해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연초에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인플레이션 압력의 심화로 인한 금융긴축 강화, 공급망 교란 같은 불확실성 요인이 상존한다는 점을 배경으로 들었다. 앞서 나온 주요 기관별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한국은행 2.7%, 한국개발연구원(KDI) 2.8%, 국제통화기금(IMF) 2.5% 수준이다.
산업연구원은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수입 증가세가 더 가파르게 나타나면서 올해 연간 158억달러 규모의 무역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 한해 수출은 지난해에 견줘 9.2% 늘어난 7038억달러, 수입은 17.0% 증가한 7196억달러로 전망됐다. 수출 증가 예상 폭은 지난해 실적(25.7%)보다 훨씬 낮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처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공급망 불안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수입은 원자재·곡물 등 1차 산품과 중간재 가격 상승에 따라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국제유가는 100달러대 중반, 원-달러 환율은 1250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연구원은 전망했다. 하반기 국제유가는 상반기보다 높아질 것으로 봤다. 주요 나라의 통화 긴축 같은 하락 요인에도 원유 수요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지정학적 리스크와 구조적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달러화 강세 지속에 따라 전반적인 상승 기조를 이어가면서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 소비는 3.3% 가량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런 증가 폭은 지난해(3.6%)보다 축소된 수준이다. 코로나19 방역 대책의 완화로 지난해에 이어 증가세는 유지하더라도 금리 인상 본격화로 가계부채 및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물가 상승에 따라 실질소득이 떨어질 수 있다는 데 바탕을 두고 있다. 설비투자는 1.0% 감소, 건설투자는 0.2% 증가로 내다봤다.
올해 세계 경제는 연초의 코로나19 재확산세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화 속에 서방 국가들의 통화 긴축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상당 폭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진정과 고용 안정에 힘입어 소비와 투자 등 내수에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금융 긴축 기조에 따라 내수 성장은 제한될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과 유로권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내·외수에서 모두 부진해 예상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시 제로 코로나 정책과 세계경기 부진 탓에 정부의 목표 성장률(5.5%)을 달성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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