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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배임이냐 경영적 판단이냐…대법원 판례 뜯어보니

등록 2022-05-29 14:40수정 2022-05-29 14:53

전경련 ‘경영판단의 원칙’ 언급 89건 분석
경영적 판단 인정 38%…민사재판선 60% 달해
대법원 판결 중 ‘경영적 판단’이 언급된 건수. 자료 : 전경련
대법원 판결 중 ‘경영적 판단’이 언급된 건수. 자료 : 전경련

기업 경영진의 법적 보호망 구실을 하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최근 10년간 열 중 넷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9일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에 의뢰해 지난 10년(2011~2021년)간 경영판단 원칙을 다룬 대법원 판결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다. 경영판단의 원칙이란, 이사가 선량한 관리자로서 의무(선관의무)를 다하면서 이사의 재량 범위 안에서 행위를 했다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개인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법률적 판단 기준이다. 민사재판에서는 이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따지는 기준이 되고, 형사재판에서는 이사의 횡령·배임죄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 된다. 1980년대 미국 델라웨어주 대법원이 판례를 수립한 이래 이사의 법적 책임을 판단하는 소송에 널리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명문 규정은 없지만 민·형사 소송 때 활용되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국내에서 경영판단의 원칙이 언급된 대법원 판례는 지난 10년 동안 모두 89건(민사 33건, 형사 56건)이다. 이 중 경영판단 원칙을 인정한 재판은 34건(38.2%), 인정하지 않은 판례는 55건(61.8%)으로 나타났다.

민사재판에서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인정한 판결(20건, 60.6%)이 부인한 판결(13건, 39.4%)보다 훨씬 더 많았다. 이사 재량 범위 밖이거나(9건) 명백한 법령 위반(4건)이 아니면 경영판단의 원칙을 인정했다. 반면, 형사재판(56건)의 경우에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 비중이 더 높았다.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최종 유죄판결이 난 재판이 42건(75%)이었다. 계열사 지원에 따른 이사의 횡령·배임 여부를 다룬 7건의 재판 중 1건만 경영판단의 원칙을 인정해 무죄로 판결했다. 보고서는 “기업 경영상의 문제가 형사소송으로 비화할 경우 대법원이 경영판단의 원칙 인정에 매우 엄격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경영판단 원칙 적용에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룹 내 부실 계열사에 대한 지급 보증이 배임죄로 문제 될 경우, 법원은 경영판단의 원칙을 인용해 무죄로 판결하면서도 회사에 손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경영판단의 원칙을 부인한 판결 등을 예로 들었다.

미국의 경우 배임죄가 없고 경영판단 추정 원칙을 기반으로 △필요한 절차(주총이나 이사회 적법 결의)를 밟았는지 △이사 재량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판단인지 등 간략하고 명확한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는 법원이 경영자의 전문적 판단에 대한 사법적 심사를 자제하는 것으로, 한국 법원이 개별 사안의 내용을 심사하고 미래 위험성까지 판단하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보고서는 같은 기준으로 미국 법원의 판례를 분석한 통계는 담지 않았다.

연구를 맡은 최준선 명예교수는 “법원은 경영판단의 원칙에 대한 적용 기준을 명시하고, 미국처럼 절차적인 하자 여부에 중점을 둬 사법적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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