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교역조건이 역대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유가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수입 가격이 크게 오른 탓이다. 하반기에는 유가가 진정되며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4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 하락한 83.78이었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1988년 한은이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저치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해 4월부터 1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7.5%)나 3월(-6.1%)에 비하면 내림폭이 더 커졌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 1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낸다. 이 지수가 83.78이면 상품 100개를 수출해 번 돈으로 84개가량의 상품을 수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격 변동에 초점을 둔 지표로, 수입품이 수출품보다 비쌀수록 지수는 그만큼 낮아진다. 여기에 수출 물량 변동의 영향까지 반영한 소득교역조건지수는 9.4% 떨어진 101.27을 기록했다.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보여준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입물가지수(가중치 총합 1000)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재료 광산품의 가중치는 280에 이른다. 그만큼 유가의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지난달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102.82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4% 뛰었다.
이런 영향으로 수입금액지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4% 올랐다. 석탄·석유 제품이 42.5% 뛰면서 상승세를 이끌었다. 반면 수입물량지수는 5.2% 떨어지며 20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수입물량지수는 수입금액지수를 수입물가지수로 나눈 값이다. 기계·장비(-21.2%)와 석탄·석유 제품(-11.8%) 등의 내림폭이 컸다. 한은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의 수입 물량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유가가 점차 떨어지면서 하반기에는 교역조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전월 대비 7.3% 하락한 바 있다. 한은은 두바이유 가격이 2분기 107달러에서 4분기 99달러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 손진식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전월 대비 기준으로 봤을 때 하반기에는 (교역조건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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