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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최저임금 업종·지역별 차등화, 가능할까? 바람직한가?

등록 2022-05-25 14:19수정 2022-05-26 02:46

경영계, “업종 간 임금격차 커 구분 적용 필요”
업종별 차등화 1988년 딱 한번 시행 뒤 중단
특정 업종 낙인효과 우려
차등 기준 마련 어려워 현실화 쉽지 않아
지난 달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올해 첫 전원회의에 참석한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 위원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오른쪽)과 사용자 위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전무. 공동취재사진
지난 달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올해 첫 전원회의에 참석한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 위원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오른쪽)과 사용자 위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전무. 공동취재사진

최저임금 수준을 업종별로 달리 정해 지급한 예가 국내에선 딱 한 번 있었다. 최저임금 제도 도입 첫 해인 1988년의 일이었다. 식료품·섬유·의복을 비롯한 12개 업종을 1군, 음료품·담배·가구 등 16개 업종을 2군으로 분류해, 1군 업종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했다. 이듬해부터는 모든 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했으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지역별 차등화는 시행된 바 없다.

최저임금 결정 때마다 불거지던 경영계의 업종·지역별 차등화 주장이 올해도 어김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 24일 중기중앙회를 찾아온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월 단위 연장근로 한도 허용, 중대재해 처벌법상 사업주 면책 규정 마련과 함께 내년 최저임금 인상 최소화 및 구분 적용 도입을 요청했다. 중기중앙회는 이날 최저임금 수준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0곳 중 6곳(59.5%)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53.2%)하거나 인하(6.3%)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최저임금 구분 적용에 대해선 53.7%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단체도 가세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6일 최저임금 동결과 함께 업종·지역별로 구분해 적용할 것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지난달 5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올해 첫 전체회의 자리에서도 사용자 위원 쪽에서 최저임금의 구분 적용 필요성을 꺼내 들었다. 양옥석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지역별 차등화는 당장 시행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업종별 차등화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실장은 “숙박업에선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근로자 비중이 40%를 넘고, 농업 관련 업종에선 50%를 웃도는 데 비해 전기·가스 같은 업종에선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가) 거의 없다”는 점을 배경으로 들었다.

지역별 차등화는 아예 시행된 바 없고, 업종별 구분 적용 또한 한 번에 그치고 말았던 데서 짐작할 수 있듯, 차등 적용에는 여러 난점이 따른다. 낮은 기준을 적용받는 업종에 대한 인상을 나쁘게 만드는 낙인효과 같은 부정적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또 같은 업종 안에서도 사용자 쪽에선 낮은 기준의 영역으로, 노동자 쪽에선 높은 곳으로 분류돼야 한다고 주장하기 십상이다. 다양한 업종 내부에서 노사 갈등이 분출할 수 있는 지점이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은 “최저임금 차등화를 위해선 통계 인프라(기반)나 문화가 형성돼 있어야 한다”며 “차등화에 따른 행정 비용, 사회적 갈등 비용이 있을 텐데 그걸 넘어설 실익이 있을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업종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는 산업의 융합 흐름도 구분 적용의 난점으로 꼽았다. 오 소장은 업종별 격차에 대해선 “최저임금 차등화보다는 (열악한 영역을 떠받쳐주는)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잡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라 밖 사정을 보더라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은 주된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 업종별 구분 적용을 하는 나라는 멕시코, 벨기에, 스위스(제네바주), 브라질, 일본, 호주 정도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일본의 업종별 차등 적용은 우수 인력을 뽑기 위해 각 산업 내 노사 합의에 따라 정부 기준보다 높게 지급하는 방식인 것으로 파악돼 있다.

노동계 안팎에는 경영계가 최저임금 구분 적용의 현실화를 크게 기대하지 않은 채 협상 카드로 내밀고 있다고 의심하는 눈길도 있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방안을 제기해 최저임금 인상률 협상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지렛대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종·지역별 차등화 방안의 얼개조차 제시하지 않은 채 구호성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업종별 차등화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는 점은 협상 카드의 지렛대 효과를 한껏 키우는 대목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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