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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재계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 선언 실천으로 이어질까

등록 2022-05-24 16:32수정 2022-05-25 02:16

5대 그룹 등 76개 기업 ‘신기업가정신’ 선포
협의체 만들어 공동·개별 실천과제 수행
“이해관계자 보호하는 규제·법률 반대하면서…”
대한상공회의소는 24일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을 개최했다. 대한상의 제공
대한상공회의소는 24일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을 개최했다. 대한상의 제공

5대 그룹과 주요 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 등 76개사가 ‘신기업가정신’을 선언하고, 협의체 ‘신기업가정신협의회’를 24일 공식 출범시켰다. 기업의 사명을 주주뿐 아니라 고객과 노동자,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 모두의 가치에 기여하는 것으로 재정의해 실천하겠다는 취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상의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을 열었다. 선포식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김슬아 컬리 대표 등 40명의 기업 대표가 참석했다.

이번 선언에 참여한 기업들은 지난 22일 기업선언문과 5대 실천과제를 제시한 데 이어, 이날은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내놨다. 모든 경제계가 함께 하는 공동 챌린지와 개별 기업의 역량에 맞춘 개별 챌린지로 나눠 실천과제를 수행한다. 공동 챌린지로는 청년 채용 릴레이, 눈치 보지 않고 정시에 퇴근하는 문화 정착, 제로 플라스틱 데이 등이 제시됐다. 협의회를 통해 구체적인 공동 챌린지 방안을 논의해나갈 방침이다. 개별 기업별 실천과제도 제시됐다. 현대차는 청년 스타트업에 자금과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사업을, 배달의민족은 외식업종 자영업자에게 경영컨설팅을 제공하는 사업을 내놨다.

과제 실천 성과를 측정해 관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대한상의 쪽은 “기업의 실천 성과를 측정해 기업들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지표로 만들어 보여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신기업가정신 선언과 기업들의 참여에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케이그룹은 각 계열사 정관에 재무적 성과와 함께 사회적 가치 추구를 경영 목적으로 담고, 최고경영자 평가 때 이를 반영한다.

이번 선언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정신을 받아들여 ‘사회적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2019년 8월 미국의 대기업을 대표하는 취지로 출범한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의 ‘기업의 사명에 대한 성명’ 취지와 내용을 차용한 것이다. 당시 성명은 기업의 사명을 주주뿐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의 번영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재정의했다. 고객에게 가치 있는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노동자에게 정당한 몫을 보상하고 교육에 투자하며, 납품·협력업체는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대우하며, 지역사회 구성원을 존중하고, 사업 전반에 걸쳐 지속가능한 행위를 함으로써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는 게 성명의 내용이었다. 그러나 비아르티 성명에 참여한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 지지, 회피없는 납세, 노동이사 확대 등 실질적인 약속이나 행동을 보이지는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주요 기업들이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해치는 활동부터 중단하는 게 우선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교수)은 “소비자와 노동자, 지역사회의 이익을 보호하는 건 국가가 법률과 규제를 통해 하는 일”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근로기준법, 공정거래법 등이 이해관계자를 보호하는 장치들을 다 완화해달라고 아우성치면서 새로운 선언이 무슨 진정성을 얻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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