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미국에서 물가와 임금의 연쇄 상승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을 내놨다. 임금 상승이 물가에 반영되는 경향은 뚜렷하지만, 반대로 물가 상승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봤다.
한은은 22일 발표한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소비자물가와 임금 모두 높은 상승률을 보이면서 두 변수 간의 상관관계도 강해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8.3% 올랐으며,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한 임금 상승률도 6.0%에 이르렀다. 임금과 물가가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연쇄 상승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배경이다.
한은은 임금 상승이 물가로 전이되는 경향은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은의 모형 분석 결과,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이 1%포인트 높아질 때 소비자물가지수는 최대 1.33% 올랐다. 한은은 최근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가격을 올리기 쉬워졌다고 풀이했다. 서비스업에서 임금이 더 크게 오른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업은 국제적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만큼, 인건비의 가격 전가가 더 쉽게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반면 물가 상승이 임금에 반영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포인트 오를 때 이에 대한 단위노동비용의 유의미한 반응은 최대 0.4% 상승에 그쳤다. 여기에는 미국 노동조합의 협상력 약화와 임금 협상 관행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미국의 전체 노조 가입률은 10.3%에 그치며 집계 이후 최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한은은 최근의 임금 상승은 인플레이션이 아닌 코로나19 이후 구인난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임금과 물가의 연쇄 상승 가능성을 놓고 설전이 오갔다. 연방준비제도 쪽은 연쇄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는 없다고 한 반면,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연쇄 상승의 기미가 보인다고 주장해왔다. 한은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고용 단계에서부터 임금을 물가에 연동시키는 변화도 나타날 수 있다”며 “연쇄 상승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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