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이 최근 급등하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있지만, 하도급 계약서에 원자재 가격 상승시 납품단가 조정 조항이 있는 경우는 60%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원·수급사업자 간 납품단가 조정 실태를 긴급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점검은 지난 4월6일부터 5월6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 형태로 진행됐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철강류(철광석·철스크랩·철판 등)와 비철금속(알루미늄·구리·니켈 등), 제지류, 목재류 등 원자재를 주원료로 제품을 생산·납품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과 전문건설협회 소속 회원사 가운데 401개 업체가 설문에 참여했다.
설문 참여 업체 가운데 하도급 계약서에 납품단가 조정 ‘조항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2.1%로 나타났다. 계약서에 ‘조항이 없다’는 답은 21.4%였고, ‘조정 불가 조항’이 있다고 답한 경우는 11.5%였다. 현행 하도급법 3조는 ‘원사업자는 공급원가 변동에 따른 하도급 대금의 조정 요건과 방법 등을 하도급 계약서에 명시해 수급 사업자에게 교부해야 한다’고 정해놓고 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조사대상 수급사업자는 67.1%에 그쳤다.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를 잘 모르는 수급사업자도 많았다. 하도급법 16조는 공급원가가 변했을 때 수급사업자나 수급사업자가 속한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원사업자는 신청을 받은 날부터 10일 안에 협의를 개시해야 한다. 계약서에 납품단가 조정조항이 없어도 단가 조정을 직접 요청하거나 조합을 통해 대행 협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단가 조정 직접 요청이 가능하다는 것을 ‘모른다’고 답한 수급 사업자는 54.6%, 조합을 통한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모른다’고 한 수급 사업자는 76.6%나 됐다.
납품단가 조정을 신청해본 적 있는 수급 사업자는 전체 응답자의 39.7%였다. 이 가운데 조합을 통해 대행 협상을 신청한 경우는 8.2%에 그쳤다. 납품단가 조정신청 뒤 원사업자가 협의를 개시했다고 응답한 비중은 51.2%였다. 48.8%는 협의가 개시되지 않거나 협의 거부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정협의 제도를 통해 원자재 가격상승분이 일부라도 납품 단가에 반영됐다고 응답한 업체는 57.6%였다. 42.4%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특히 건설업종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이 51.2%로 높았다.
공정위는 ‘전담 대응팀’을 신설해 납품단가 조정 실태를 상시 점검하고 제도 홍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하도급 거래 서면 실태조사 결과 위법 혐의가 있는 업체를 상대로는 직권조사를 할 예정이다. 서면 실태조사는 원사업자 1만개와 수급사업자 9만개 등 총 10만개 업체가 대상이다. 오는 8월에는 납품단가 연동 내용을 담은 모범계약서를 제정해 배포하고,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에 단가 조정실적을 반영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중소기업협동조합 등이 더 쉽게 납품단가 조정 대행 협상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요건과 절차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탄소중립 정책의 추진이 하도급 거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원·수급 사업자 간 상생협력 방안 등을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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