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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종합)“윤 정부, 탄소중립 위해 에너지 정치화·진영 편향 극복해야”

등록 2022-05-12 13:29수정 2022-05-12 17:27

12일 서사연·KDI·경제발전학회·KIET 공동주관
‘대전환기, 한국경제 과제’ 심포지엄 개최

조영탁 “진영 중립적 에너지정책 거버넌스 구축을
2030 NDC 40% 달성 불확실…플랜 B 준비해야”
박민수 “디지털전환을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을”

김계환 “공급망 디커플링화…경제안보정책 필요”
고영선 “선진국 도약 위한 사회개혁 규약 합의”

이태석 “고령화·인구감소, 재정 지출 효율화를”
이철희 “고용연장은 청년 급감하는 5~6년 뒤에”
1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서울사회경제연구소,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KIET), 한국경제발전학회가 공동 주최한 ‘대전환기, 한국경제의 과제’ 심포지엄이 열리기 앞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홍장표 KDI 원장, 장지상 경북대 명예교수, 장세진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소장, 강철규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이사장, 정일용 한국외대 명예교수, 강신욱 한국경제발전학회 회장, 박민수 성균관대 교수, 유승경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원장, 김계환 KIET 산업통상연구본부장.
1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서울사회경제연구소,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KIET), 한국경제발전학회가 공동 주최한 ‘대전환기, 한국경제의 과제’ 심포지엄이 열리기 앞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홍장표 KDI 원장, 장지상 경북대 명예교수, 장세진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소장, 강철규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이사장, 정일용 한국외대 명예교수, 강신욱 한국경제발전학회 회장, 박민수 성균관대 교수, 유승경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원장, 김계환 KIET 산업통상연구본부장.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경제의 정책과제를 모색하는 학계 심포지엄에서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둘러싼 보수-진보 정부의 과도한 진영 편향성을 비판하면서, 새 정부가 탄소중립에 성공하려면 진영 중립적인 정책 거버넌스의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제안이 나와 주목된다.

서울사회경제연구소(이사장 강철규)·한국개발연구원(KDI·원장 홍장표)·한국경제발전학회(회장 강신욱)·산업연구원(KIET·원장 주현)이 1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대전환기, 한국경제의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공동 심포지엄에서 조영탁 한밭대 교수(전 전력거래소 이사장)는 ‘한국경제의 탄소중립과 그린 전환을 위한 과제’ 발표를 통해 “역대 정부가 보여온 에너지 문제의 과잉 정치화와,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특정 전원에 대한 진영 편향을 제거하고 우리 여건에 부합하는 실현가능한 정책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진영 중립적인 정책 거버넌스 구축이 탄소중립의 출발점이자 차기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책 거버넌스 개혁 방안으로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중위)의 단기정치 및 진영논리 영향 최소화, 전력요금을 심의하는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전문성 강화 등 규제부서와 정책부서의 분리 등을 제시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면서,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수단으로 원전을 적극 활용하고 수출 등을 통해 원전 최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친원전’ 정책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또 조 교수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이상 감축이라는 엔디씨(NDC) 목표와 관련해 “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실행수단이 너무 도전적이고 불확실성이 높아 새 정부는 해외 감축을 포함해 실현가능성을 높이는 ‘플랜비(B)’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2030년까지 제조업이나 수송부문 감축에 최대한 노력하되 전력부문이 감축을 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플랜비’와 관련해 무탄소·저탄소의 총동원체제, 정부 규제 일변도의 감축전략이 아닌 산업·기술 혁신에 의한 성장 연계형 혁신전략, 소모적인 수치 논의보다 생산적인 수단 논의, 2020년대에 제도개혁 및 기술개발 집중 등을 강조했다. 또 안정성을 전제로 (운영허가가 만료된) 원전의 계속 운전, 석탄 효율화, 가스복합을 아우른 ‘무지개 브릿지 전략’도 제안했다.

조 교수는 “전력부문은 전력요금 통제에 따른 전력시장 구조의 취약성, 재생에너지 여건의 불리함, 열악한 전력 계통망 등 3가지 제약요건을 안고 있다”면서 새 정부의 전력부문 과제로 ‘3+2 제도혁신’을 제시했다. 3대 제도혁신으로는 탄소비용 등 발전원가를 전력요금에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전력시장 및 산업구조의 개선, 에너지부문의 민간투자 유입을 촉진하는 한국형 녹색금융의 제도적 기반 구축, 정부 및 민간투자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돌파형 신기술개발을 위한 에너지 연구개발체제 개선을 꼽았다. 또 2가지 지원제도로는 탄소저감으로 인한 좌초 산업·설비와 고용안정의 법·경제적 지원제도, 탄소비용 등 에너지가격 상승에 취약한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직접보조방식의 에너지복지제도 강화를 제안했다.

박민수 성균관대 교수는 ‘디지털 전환과 한국경제의 과제’ 발표에서 “정부는 기술중심 담론에 매몰되지 말고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생산성 증가와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교수는 관련 대책으로 기술진보의 가속화 및 인력과 자본의 효율적 재분배, 소득불평등 및 기업 양극화 해소를 위한 연구개발 시스템의 효율화, 교육·훈련 체계 개편, 스타트업 진입의 제도적·금융적 장벽 완화 등을 제시했다. 그는 또 “소비자 후생증대의 원천인 시장의 혁신동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디지털 전환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는 반경쟁적 행위들을 규율할 수 있도록 기존의 경쟁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면서 “시장을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국민의 기본적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의 강화와 세제개편을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분배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계환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경제안보 정책의 부상’ 발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첨단 기술과 부품은 물론 에너지·식량 등 모든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블록화는 돌이킬 수 없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가장 큰 요인은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라면서 “여기에는 신자유주의적 국제경제질서를 대신할 새로운 세계질서가 담겨 있으며, 가장 실현 가능성이 큰 것은 지역별 블록화나 가치 기반 블록화”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환경·노동·인권·민주주의 등 비경제적 가치를 통상정책과 연계시키는) 가치 중심 통상정책의 확산과 경제안보의 주류화가 두드러진다”면서 “미·유럽연합의 무역기술이사회(TTC)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는 새로운 무역질서의 출발점으로, 무역자유화에 기반한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간 질서와 클럽형 질서가 중층적으로 공존하는 이행기 무역질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 본부장은 “미·중간 전략적 경쟁은 경제안보의 메인스트림화, 글로벌 공급망 구조에서 차이메리카(미국과 중국의 합성어)의 종말, 클럽형 무역질서의 부상, 공급망을 둘러싼 위험과 불확실성의 증대를 초래했다”면서 “전략적 자율성을 비전으로 하고 경제안보, 산업정책, 통상정책이 긴밀하게 조율되는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정책과 관련해 “지난 30~40여년간 글로벌 공급망 확장기에 중국이 세계 경제의 성장동력 역할을 해왔고, 한국 산업은 이 변화를 기회의 창으로 가장 잘 이용했으나 신흥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시작된 글로벌 공급망 디커플링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산업 성장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산업은 글로벌 공급망 구조 재편과 디지털 및 그린산업 혁명에 의한 산업구조 재편에 맞춰 지속적 성장의 원천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은 ‘인구구조 변화와 지속가능한 정부의 역할 수행’ 발표에서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고령 관련 재정지출의 확대와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따른 세원 축소를 가져와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청년인구의 감소는 병력자원의 감소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재정운용을 위해 지출비중이 높은 복지·교육·지방행정·국방 분야의 지출 효율화를 통해 재원배분의 효과성을 높이는 노력과 함께 부가가치세 세입 기반 확대가 우선적으로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 복지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노인연령의 점진적 상향,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신규 교원 채용 축소, 지방예산 간 칸막이를 제거한 종합적 지방예산 배분, 의무복무 기간의 점진적 축소와 전문병사제 도입을 제안했다.

이철희 서울대 교수는 토론에서 “향후 10~15년 동안은 인구변화가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고용연장을 급하게 추진할 필요는 없고, 적어도 청년인구가 본격 감소하기 시작하는 5~6년 후에 추진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25년부터는 현재의 인구추계가 제시하는 것보다 더 가파르게 노동투입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양적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 늘어나는 고령인구의 노동투입을 늘림으로써 노동생산성과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 부원장은 ‘선진 한국을 위한 과제’ 발표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 지위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성장잠재력 둔화, 좋은 일자리 부족, 소득분배 악화, 정부의 정책역량 미흡, 광범위한 지대추구 등 다섯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 중에서 앞의 세가지는 생산성 높은 산업 및 기업의 부족이라는 하나의 뿌리를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산업과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대기업 정책, 중소기업 정책, 노동시장, 교육 등 모든 부문의 개혁이 필요한데, 정부의 정책역량이 부족하고 사회 전반에 걸쳐 지대추구 행태가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각 부문의 사회집단이 공고히 뿌리내린 기득권을 서로 내려놓고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면서 “사회 구성원들이 자유 민주주의 바탕 위에서 치열한 논쟁을 거쳐 서로 지켜야 할 사회규약에 합의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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