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수출액이 최대 2조4천억원 줄어든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 이런 타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8일 발표한 ‘해외경제 포커스’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한은은 “유럽연합의 성장세 둔화는 우리 수출이 감소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품 조달 차질에 따른 자동차 생산 감소 등도 일부 품목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먼저 유럽의 성장이 둔화하는 데 따른 악영향이 예상된다. 유럽연합은 천연가스와 농산물 등에 대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의존도가 높다. 특히 유럽연합의 에너지 총수입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26.3%에 이른다. 물가 급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정학적 불안으로 소비·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공급망 차질로 생산이 감소하는 영향도 있다.
한은은 유럽연합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유럽연합에 대한 한국의 수출액(명목)은 2.1∼3.2%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12억7천만~19억1천만달러(약 1조6천억∼2조4천억원)에 이른다. 수출 품목 중에 최종재 비중이 높은 탓에 유럽의 수요가 둔화하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것이다. 유럽연합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 줄면 수출액은 0.6∼1.2% 감소하는 것으로도 추정됐다.
유럽 내 생산 차질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도 예상된다. 부품 조달 차질로 인해 유럽 내 자동차 생산이 감소하는 데 따른 효과 등이다. 이는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 부품이나 배터리 등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모형 분석 결과, 유럽연합이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 유럽연합에 대한 한국의 수출도 유의미하게 반응했다고 밝혔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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