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생협 간판 사용으로 논란을 빚은 새벽배송업체 오아시스마켓에 간판을 교체하지 않을 경우 각 지자체에 행정처분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29일 공정위와 5대 생협연합회(두레생협·대학생협·아이쿱·한살림·행복중심생협)의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한 생협연합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공정위는 생협법(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라 오아시스마켓의 생협 간판 사용이 법에 저촉된다고 판단하고, 6월까지 자진 시정하지 않을 경우 각 지자체에 행정처분 할 것을 명령하겠다고 했다. 전국 지자체는 지난 1월 생협 명칭 사용에 관한 생협 매장 전수조사를 진행했고, 성남시는 오아시스의 생협법 위반에 관해 지난 4월 생협 명칭 사용금지 행정지도를 내렸다.
오아시스마켓은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하는 우리생협의 위탁판매자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오아시스와 우리생협 명칭을 함께 사용해왔다. 생협은 생협법에 따라 주무부처인 공정위의 인가를 받아 설립된다. 인가받지 않는 주식회사나 개인사업자 혹은 조직은 생협이란 명칭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오아시스마켓의 오프라인 매장은 주식회사나 개인사업자 소유로 인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생협 명칭을 쓸 수 없다. 그래서 오아시스마켓은 생협 간판을 사용하는 동시에 위탁판매점이란 표기를 병행해왔다. 조제희 아이쿱생협연합회 변호사는 “생협의 위탁판매점을 표시하기만 하면 생협 명칭을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소비자로 하여금 생협이 직접 운영하는 매장이라는 인식을 하게 한다면 생협법 제4조 제2항의 취지에서 볼 때 위법한 것”이라고 말했다.
5대 생협연합회는 지난 22일 오아시스마켓의 생협 명칭 사용 중단을 요구하며, 지자체와 공정위의 조속한 관리감독을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오아시스는 오프라인 매장 간판에서 우리생협 명칭을 제외키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3년간 국내 친환경 유기농 시장 매출 현황.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리
생협에서 소비자는 안정적인 가격으로 믿을 수 있는 친환경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국내 친환경 농산물 시장은 2017년 1조3608억원에서 2021년 약 2조원으로, 지난 5년간 약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친환경 농식품 판매 매출의 절반 이상이 아이쿱(자연드림), 한살림 등 생협에서 나온다.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친환경 농산물은 신뢰가 중요하다. 생협은 중간 유통 과정을 건너뛰고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로 마진을 없애 친환경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가뭄과 폭염 등 이상기후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할 때도, 출자금을 내고 생협의 조합원이 된 소비자들은 안정적인 가격으로 농산물 구매가 가능하다. 한 해 전 공급량을 예측해 생산자와 공급 계약을 미리 맺는 생협의 시스템 때문이다. 생산자들도 미리 구매 계약을 맺어 안정적으로 농사에 필요한 비용과 판매처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득이 된다. 생협의 선공급 계약이 가능했던 까닭은 소비자 조합원과 함께 마련한 생산안정기금이 있었기 때문이다. 농산어촌에 지속가능한 생산 기반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소비자 조합원들의 신뢰와 생산자들의 협력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오귀복 아이쿱생협연합회 상무는 “생협은 수십년 간 지역을 기반으로 주민과의 협력 속에 만들어졌고, 건강한 먹거리를 확산한 것은 물론 식품안전의 기준을 높여왔다”며 “조합원과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해온 생협의 이미지를 영리기업이 자의적으로 이용해 소비자의 혼란을 유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오아시스 측에서는 “지난 22일 생협연합회 기자회견 전 이미 행정청에 생협 명칭을 제외한다고 전달했는데 당사를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내용으로 주장이 이루어져 답답하다”며 “주식회사 쿱스토어를 세워 생협 조합원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점은 아이쿱생협과 우리생협이 동일하다. 더 이상의 논란을 만들지 않고 소비자 이익을 위한 사업 진행에만 주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신효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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