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케이블을 설치 시공하는 모습. LS전선 제공
제주와 내륙 사이에 초고압 직류 송전선로(HVDC)를 새로 구축하는 작업이 한국전력공사 주도로 13일 시작됐다. 제주도와 전남 완도 지역의 전력계통을 보강하기 위한 것으로, 제주와 내륙을 연결하는 세 번째 해저 전력망이다.
이번 제3연계선에 앞서 제주와 내륙 간에는 이미 두 갈래의 초고압 직류 송전선로가 구축돼 있다. 지난 1998년 3월과 2014년 4월에 각각 준공된 제1연계선(101km)과 제2연계선(113km)이다. 제3연계선(96km)은 ‘전류형’인 1·2연계선과 달리 ‘전압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압형은 송전 방향을 쉽게 바꿀 수 있는 기술이며, 우리나라에선 최초로 구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3연계선 사업은 오는 7월 변압기 설치, 12월 케이블 설치, 내년 8월 변환기 설치를 거쳐 12월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산업부는 전했다. 사업비는 변환소 2600억원, 케이블 2100억원 등 총 4700억원에 이른다. 유진전력, 엘에스(LS)전선, 한일개발이 시공사로 참여한다. 이날 제주시 삼양1동 동제주변환소에서 열린 착공식에 참석한 박기영 산업부 2차관은 “송전선로가 내년 말에 완공되면 제주도와 내륙 간에 융통 가능한 전력망이 확대돼 전력계통 안정화에 미치는 효과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이번 사업이 마무리되면 적정 예비율 유지를 통해 제주지역 전력 수급 안정에 이바지할 뿐 아니라 최신 전압형의 실시간 방향전환 기능을 활용해 제주 신재생보급정책(CFI 2030)으로 급증하고 있는 에너지를 육지로 공급할 수 있어 지역의 신재생 발전 수용성 제고에도 기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완도 지역의 전력계통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원도 동해시 엘에스(LS)전선 공장에서 해저 케이블을 생산하고 있다. LS전선 제공
전기는 기울어진 물길 속의 물과 같아서 흐름을 거꾸로 돌리는 게 어렵다. 제주지역으로는 육지의 전기가 들어가기만 했을 뿐 나오지 않았던 것은 이 지역의 전력 수급 특성과 함께 전류의 이런 성질과도 무관치 않았다. 제주에서 생산된 전기를 육지로 처음 ‘역송’한 것은 2020년 4월이었다. 제1연계선을 통해 제주에서 전남 해남으로 송전하는 방식이었다.
한전에 따르면 1·2연계선을 통한 육지와 제주 간 양방향 전송에는 난점이 있다. 전류형 기술을 채택하고 있어 송전 방향을 바꾸기 전 안정화를 위한 대기 시간을 확보해야하는 따위의 제약 요인을 안고 있다. 새로운 전압형 기술의 제3연계망을 구축하려는 배경이다.
제주 지역의 연간 전력 수요 편차가 크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급증하고 있는 사정 또한 새로운 기술에 바탕을 둔 전력망 구축의 필요성을 높인 요인이다. 2020년 기준 제주지역의 전력 수요는 연평균 646MW에 최대 1009MW, 최소 446MW일 정도로 들쑥날쑥하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09년 9%에서 2020년 16%로 급증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전력 수요의 100%를 신재생에너지 설비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간헐적인 수급 불일치로 전기 공급이 과잉 상태에 빠질 경우 육지로 내보내야 할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