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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쌍용차 인수 무산…에디슨모터스 웃지 못할 세 장면

등록 2022-04-02 08:29수정 2022-04-02 11:11

[한겨레S] 김수헌의 투자 ‘톡’
‘쌍용차’ 고래 노린 새우

사모펀드의 ‘재무 투자’ 불발되자
타 회사 인수 뒤 에디슨EV 세워
자금 조달 창구로 쓰다 상폐 위기
유앤아이 인수, 판박이 수법 반복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무산된 지난 28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모습. 연합뉴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무산된 지난 28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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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버스업체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쌍용자동차 인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새우가 고래를 품으려다 실패했다고들 말한다. 그렇게만 보면 이는 흔히 볼 수 있는 인수합병(M&A) 실패의 또 하나 사례일 뿐이다. 그러나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시도와 무산 과정은 구조적으로 잘 뜯어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은 자본시장 인수합병 역사에 여러가지 ‘희한한’ 장면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대형 인수합병에서, 인수하는 기업은 보통 인수금융, 재무적 투자자, 전략적 투자자를 활용한다. 자기 자금 말고 나머지는 금융권(은행 또는 증권사)으로부터 대출을 받는다. 투자 차익을 목적으로 금융투자회사들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여 인수대금 일부를 담당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수하는 기업이 사업 파트너(전략적 투자자)를 찾기도 한다. 전략적 투자자는 인수대금 일부를 대면서 회사 사업에 참여할 기업이다.

출발부터 끝까지 자금 조달 ‘삐걱’

쌍용차는 인수대금이 3천억원대로, 인수금융을 일으킬 만큼 크다고 할 수는 없다. 회생추진기업 인수 즉 이른바 ‘법원 딜’이라 금융회사들이 인수금융에 나설 유인도 없다. 미래가 불확실한 기업 지분을 담보로 대출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런 경우 인수하는 기업이 자체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재무적 투자자와 손을 잡는다. 에디슨모터스는 사모펀드 운용사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키스톤PE) 및 케이씨지아이(KCGI)와 컨소시엄 구성을 계획했다. 그런데 키스톤PE는 인수 작업이 본격 시작되기도 전에 발을 뺐다. 케이씨지아이도 끝내 컨소시엄에 공식적으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흔치 않은 일들이다. 자금 조달이 불안해진 것이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는 이렇게 출발부터 흔들렸다. 이게 첫번째 희한한 기록이다.

에디슨모터스 쪽은 쎄미시스코라는 전기경차 제조 코스닥기업을 인수했다. 정확하게는 에디슨모터스의 모회사인 에너지솔루션즈가 인수 주체인데, ‘에디슨모터스 쪽’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에디슨모터스 쪽은 쎄미시스코 사명을 에디슨이브이(EV)로 바꾸고 인수컨소시엄에 올렸다. 한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다른 회사를 인수하여 전략적 투자자화한 셈이다. 그러나 말이 전략적 투자자이지 실상은 단순 자금 조달 창구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5월 말 에디슨모터스 쪽이 에디슨이브이가 실시하는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가 되었다. 동시에 에디슨이브이는 총 800억원어치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의결했다. 에디슨이브이를 위해 직접 쓰일 자금은 한푼도 없었다.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는 투자자에게 주식 전환 선택권을 부여한 회사채다. 기본적으로는 조기 상환 또는 만기 상환 부담을 안고 가야 하는 빚이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 중 500억원은 에디슨모터스가 에디슨이브이를 상대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여 다시 빼낸다. 전환사채 발행 시도는 계속 이어졌다. 에디슨이브이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회를 장악한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 등은 곧바로 총 네차례(3~6회) 800억원 전환사채 발행을 의결한다.

당시 에디슨이브이의 재무 상황은 어땠을까? 에디슨모터스 쪽이 인수하기 전 이 회사는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고 있었다. 매출도 하락세였다. 영업 현금 흐름 역시 3년 내내 순유출(마이너스) 상태였다. 자금 조달에 동원된 결과는 참담했다. 에디슨이브이는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에서 ‘의견 거절’을 받았다. 현재 거래정지 중으로, 상장폐지 사유 발생 기업 리스트에 올랐다.

에디슨이브이는 지난해 이미 발행한 800억원어치 메자닌 채권(안정성-수익성이 채권과 주식의 중간쯤 되는 CB나 BW 등) 조기 상환 리스크에 빠져 있다. 감사 의견 거절로, 사채 계약상 만기 전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는 기한이익상실 조항에 걸렸기 때문이다. 회사 쪽은 “사채권자와 기한이익상실 요건이 충족돼도 올해 말까지 조기 상환 요구를 하지 않기로 약정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 이 협약은 적용되지 않는다. 의견 거절은 상폐 사유에 해당한다.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메자닌 발행이 손쉬운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했다. 그리고 전략적 투자자로 포장했다. 동원된 기업은 몰락했다. 이게 두번째 희한한 장면이다.

믿지 못할 ‘자금 창구화’ 거듭돼

에디슨모터스 쪽은 에디슨이브이 활용이 여의치 않자 또다른 코스닥 적자기업 인수를 시도했다. 바로 유앤아이라는 의료기기업체다. 자금 창구화 방법이 에디슨이브이와 놀라울 정도로 판박이다. 바로 민법상 투자조합 활용이다.

에디슨모터스 쪽은 지난해 5월 에디슨이브이 신주(지분율 17%)를 인수하여 최대주주가 되었다. 이때 원래 에디슨이브이 최대주주가 보유했던 35% 주식은 6개의 민법조합이 나눠 인수한다. 민법조합은 개인 또는 개인과 법인들이 공동 이익을 목적으로 손쉽게 결성하고 청산할 수 있다. 민법에 근거하여 결성된 조합이 투자 목적 활동을 하여도 자본시장법의 직접 규제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과거 민법조합의 먹튀 사건이 잦았다. 코스닥 부실기업 인수 뒤 신규 사업을 할 것처럼 허위 공시를 하고, 주가가 급등하면 지분 전량을 시장에 판다. 일반 소액 투자자 피해 사례가 빈번해지자 금융당국은 민법조합이 인수합병으로 최대주주가 되면 지분을 1년 보호예수하도록 했다.

에디슨이브이에 들어온 조합은 6개로, 기존 대주주 지분을 나눠 인수했기 때문에 최대주주가 되는 것을 피했다. 에디슨모터스 쪽과 사전에 협의하여 투자 구조를 짰다고 볼 수 있다. 에디슨이브이 주가가 급등하자 조합들은 조합원들에게 지분을 현물 배분하여 차익 실현 기회를 제공했다. 한편 에디슨모터스 쪽은 인수대금 잔금일(지난 3월25일)이 다가오자 자금 마련에 급급한 상황에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 돈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고 주장하나, 믿기에는 허점이 너무 많다.

이번에는 에디슨이브이가 유앤아이 신주를 인수했다. 유앤아이 최대주주 지분은 2개의 민법조합이 인수했다. 조합들이 언제든 털고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에디슨모터스 쪽은 유앤아이를 쌍용차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겠다고 대놓고 떠들어왔다. 실제 유앤아이는 전환사채 발행 3건,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1건 공시를 낸 상태다. 놀라울 정도로 노골적인 판박이 수법의 반복, 이게 쌍용차 인수합병에서 드러난 세번째 희한한 장면이다. 유앤아이는 2015년 상장 이래 한번도 영업이익을 내본 적이 없다. 누적결손금이 400억원에 이른다. 주식 발행에 따른 자본잉여금으로 겨우 자본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경제전문 미디어 ‘글로벌모니터’ 대표. <기업공시 완전정복> <이것이 실전회계다>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 <1일 3분 1회계> <1일 3분 1공시>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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