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모임 ‘넥스트SE’에서 지난해 8월 진행한 온라인 세미나. 넥스트SE 제공
고용 없는 성장과 경제적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손꼽혀온 사회적경제는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도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17~2021년 정부는 28건의 사회적경제 정책을 발표했다. 우수 소셜벤처 청년창업가 발굴, 생활혁신형 소셜벤처 청년창업가 발굴(‘소셜벤처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청년 사회적경제기업 취업 및 창업 확대(‘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 청년 지역 사회적경제기업 취업 지원(‘자활사업 활성화 대책’) 등 사회적경제 정책 중 청년 일자리에 주목한 정책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일자리의 질은 어떠할까?
2017~2021년 정부의 사회적경제 정책 중 청년과 관련된 정책과제 현황.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리
사회적경제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모임인 넥스트SE가 동물권과 환경 등 사회적 가치를 디자인으로 전달하는 동감작업장과 진행한 사회적경제 청년들의 임금과 노동환경에 대한 설문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설문은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는 청년 271명을 대상으로 지난 1월6일부터 23일까지 18일 동안 진행됐다. 설문조사 결과, 사회적경제에서 일하는 20대의 48.9%는 월평균 210만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는 20대의 약 49%는 월평균 210만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재구성
전체 응답을 확인할 때, 소득 구간별로는 월평균 211만~240만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다는 응답이 24.7%로 가장 많았다. 이어 241만~270만원 이하(19.6%), 181만~210만원 이하(18.5%)의 순으로 응답이 높았다. 지난 2020년 사회적기업 성과분석을 보면, 사회적기업에 재직 중인 일반인 근로자(취약계층 외)의 평균 월급은 약 244만원이다. 통계청의 ‘2020년 임금근로 일자리 소득’ 집계로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259만원, 대기업 근로자는 529만원이다. 사회적경제 영역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아직 중소기업보다 조금 낮고 대기업 근로자와 비교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는 기간이 늘어나면 급여는 오를까? 활동기간 6년 이상 9년 이하 응답자의 25%는 271만~300만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다. 하지만 응답자의 3분의 1이 넘는 38.4%는 여전히 211만~270만원 사이의 월급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경력에 따른 보상의 크기가 크지 않다. 금전적 재원이 한정적이며 절대적인 크기가 크지 않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구성원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 차원에서 비금전적 보상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는 여성의 약 60%(남성 약 34%)는 월평균 240만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다고 답했으며, 301만원 이상 받는다는 응답은 약 9%(남성 약 33%)이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재구성
월평균 소득이 180만원 이하인 비중은 여성(12.6%)이 남성(1.3%)보다 높았다. 반면, 월평균 361만원 이상인 비중은 남성(13.8%)이 여성(2.6%)보다 높았다. 성별 임금 격차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도 확인됐다. 급여 만족도는 5점 만점에 2.95점으로 집계됐으며, 여성(2.82점)보다 남성(3.25점)의 만족도가 높았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수준에도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일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8.3%가 현재 재직 중인 곳에서 계속 일하겠다고 답했으며, 30.6%는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이직 또는 사회적경제가 아닌 다른 분야로 취업을 준비하겠다는 응답은 14.0%였다. 그 이유(중복 응답)로는 ‘적은 임금(54.2%)’, ‘조직의 불투명한 성장 가능성(49.7%)’, ‘역량강화나 진급 등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43.8%)’이 언급됐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익명의 응답자는 “조직 안에서 동료들과 함께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적은 임금과 불투명한 미래, 정체된 선배들을 보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는 사회적경제가 실제 종사자들의 삶을 바꾸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그동안 사회적경제의 기반을 만들어왔다면 이제는 다양한 자원을 조직해 사회적경제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답했다.
앞으로 사회적경제가 지속될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 평균 점수는 10점 만점에 6.62점으로 집계됐다. 사회적경제의 지속가능성을 8.33점으로 평가한 대표자 집단과 비교해 조직 내 실무를 맡는 실무자 집단의 평가가 낮았다(6.46점). 사회적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응답자들은 ‘경제가 성장할수록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경제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반면 낮은 점수를 준 응답자들은 ‘정권에 따라 관련 정책과 지원이 변화하는 불안정한 사업 환경’, ‘낮은 임금 등 열악한 조직 환경’을 사회적경제의 지속가능성이 낮은 주요 이유로 나왔다.
넥스트SE 관계자는 “사회적경제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모두 추구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 영역에서 일하는 것 역시 두 가지 목표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연결되어 있다”면서 “앞으로 청년 실무자들의 목소리를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하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효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jinnytr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