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물가 상승이라도 상위 계층보다 하위 계층에 더 고통스럽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저소득층의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의 물가가 더 많이 오르면 고통은 가중된다. 코로나19 사태 뒤 벌어진 일이다. 코로나 이후 소득 하위 20%의 체감물가 상승률이 상위 20%에 견줘 1.4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1일 내놓은 ‘코로나19 사태 전후 소득분위별 소비자 체감물가 변화 분석’ 결과를 보면, 2020~2021년 1분위(하위 20%)의 체감물가는 2018~2019년 기간에 견줘 2.7% 높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2분위의 체감물가 상승률은 2.4%, 3분위 2.2%, 4분위 2.1%, 5분위 1.9% 수준이었다. 여기서 체감물가는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에 바탕을 두고 소득분위별로 다른 품목별 지출 비중을 고려해 산출했다. 소비품목 분류는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소비지출 및 소비자물가 대분류(12개 품목) 기준이다.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물가 상승을 더 크게 체감하는 이유로 한경연은 “고소득층에 비해 저소득층의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의 물가가 상대적으로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을 꼽았다.
2020~21년 기준 1분위의 지출 비중이 5분위보다 더 높은 상위 3개 품목의 물가는 코로나 이전보다 이후에 3.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3개 품목은 주거·수도·광열(5분위에 견준 지출 비중 격차 +10.9%포인트), 식료품·비주류 음료(+9.1%포인트), 보건(+5.3%포인트)이다. 5분위 지출 비중이 1분위보다 더 높은 상위 3개 품목의 물가는 평균 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3개 품목은 교육(1분위에 견준 지출 비중 격차 +8.5%포인트), 교통(+7.0%포인트), 음식·숙박(+2.9%포인트)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발 물가 상승 충격이 저소득층에 상대적으로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소득층에 대한 일자리 기회 제공을 확대해 소득을 늘리고, 농산물 수급 안정과 식료품 유통 구조 효율화로 가격 상승 폭을 최소화해 저소득층 물가 부담을 경감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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