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에너지·식료품 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로 우리나라도 물가 오름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국은행이 진단했다.

한은은 10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경제활동 재개와 탄소중립 추진 등 구조적인 수급불균형으로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식료품 가격은 곡물 생산 차질로 상승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 등 원자재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임금상승 압력이 높아져 물가 오름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이 최근 물가상승에 대한 요인별 기여도를 살펴본 결과, 기대인플레이션의 영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물 경제는 단계적인 방역조처 완화로 민간소비가 다시 회복되면서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중이 크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에 미친 영향은 뚜렷하지 않다고 봤다. 현재의 금리 수준이 여전히 완화적인데다 가계소득이 늘고 기업실적도 개선되면서 성장세를 뒷받침했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의 장기금리 상승폭이나 달러화 강세가 시장 예상을 넘어설 경우 불안이 커질 것으로 봤다. 취약 신흥국에서 자본 유출압력이 커지고 대외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외환·금융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8월 이후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은행의 가계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 상승폭은 기업대출금리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금리의 월평균 변동폭(2021년 6월~2022년 1월)은 1.02%포인트였고 같은 기간 기업대출금리는 0.63%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한 가산금리 인상이나 우대금리 축소가 영향을 준 것이다. 대신에 은행들은 기업엔 대출을 늘리려 완화적 태도를 유지했다.

최근 주택가격은 금리상승 등의 영향으로 오름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불안요인은 여전하다고 판단했다. 주택 공급부족 우려가 수그러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다, 잠재적 주택매수 수요도 대출규제 강화로 일시적으로 억제된 상황이어서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