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26일(현지시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 중 한 시위 참가자가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할 것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프랑크푸르트/AFP 연합뉴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대러시아 제재에 따른 파장을 두고 국내 기업·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 일부 은행을 국제 금융 결제망(SWIFT)에서 배제하는 방안까지 제시돼 물류와 원자재 수급 애로뿐 아니라 대금 결제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략물자관리원 내 ‘러시아 데스크’를 본격 가동(24일)한 뒤 이틀 동안 미국의 제재에 따른 산업별·품목별 대러시아 수출 지속 가능성 등에 대한 총 60여건의 문의를 접수해 관련 정보와 컨설팅을 제공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러시아 데스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미국의 대러시아 수출통제 강화에 대비해 설치한 기업상담 전담 창구이다. 코트라(‘무역투자24’, ‘우크라이나 비상대책반’), 무역협회(‘긴급애로 대책반’, ‘공급망 분석센터’)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기업 애로 접수·해소 전담 창구가 개설돼 있으며, 기업들의 경영 애로 사항들이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에서 전문무역상사·수입협회 관계자들을 만나 수출입 현황과 애로를 긴급 점검한 간담회 자리에서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대러 수출통제 조치와 관련해 이번 주중 미국 정부 측과 협의를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미국의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대러 수출통제 강화 조치가 우리 업계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주 중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과 국장급 협의를 벌이고, (여 본부장은) 직접 미 정부 고위층을 연쇄 접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직접제품규칙은 미국 밖 제3국에서 만든 제품이라 해도 제조 과정에서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활용한 경우 미국산으로 간주해 수출 때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날 긴급 간담회에 참석한 포스코인터내셔널 쪽은 “우크라이나 현지 곡물터미널에 아직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에서 신규 구매 및 판매 계약은 중단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우크라이나 미콜라예프 주에서 연간 최대 250만t의 곡물을 출하할 수 있는 곡물터미널을 2019년 12월부터 상업 가동 중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을 비롯한 전문무역상사 쪽은 현재 원자재 대체지역 비중 확대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사태 악화 시 원자재 수급 불안, 물류 운송 차질, 대금 결제 애로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 전문무역상사는 미 정부가 발표한 전략물자 등에 대한 대러 수출통제 조치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제기하며 업계에 대한 신속한 정보 제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한구 본부장은 “과거 이란 제재·재제재 등의 경험을 토대로 살펴볼 때 우리 기업들을 위한 적시의 정보 제공, 상담, 애로 해소를 위한 선제 전담 지원 서비스가 중요하다”며 “미국 측과 협의 중인 대러 수출통제 동참 문제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기업들을 상대로 한 정보 제공, 애로 해소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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