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박근혜·문재인 후보는 ‘재원조달 방안’ 공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수백조원이 소요되는 대선 공약을 내놓았지만, 정작 재원조달 방안은 공약집에 담지 않았다.
27일 두 후보가 발표한 300페이지가 넘는 공약집을 보면, 재원조달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집 ‘앞으로 제대로’는 삶의 터전별, 대상별 공약은 물론 소확행·명확행·에스엔에스(SNS) 공약 등까지 망라하면서도 재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윤석열 후보의 공약집 ‘공정과 상식으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 들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훼손됐다며 정부 지출에 제한을 두는 재정준칙 도입을 약속하는 등 재정건전성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은 외면했다.
돈을 마련할 방안은 제시하지 않는 대신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공약은 앞다퉈 내놓았다. 이재명 후보는 부동산 공시가격제도 개선이나 가상자산 과세 유예·비과세 상향 등을 약속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보다 한 발 더 나갔다. 부동산을 보유한 이들에게 유리한 종합부동산세 폐지는 물론 양도세·취득세 완화, 재벌 일가를 포함한 고액 자산가들까지 혜택을 볼 수 있는 주식양도세 폐지 등을 약속했다.
이런 양상은 과거 대선과 대조를 보인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공약집에 ‘알뜰한 나라살림’이라는 제목으로 소요 재원과 이를 어떻게 마련할지 공개했다. 공약 이행에 총 131조4천억원이 필요한데 예산절감·지출구조조정(71조원), 세제개편(48조원), 복지행정개혁(10조6천억원), 기타 재정수입 확대(5조원) 등으로 134조5천억원을 충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도 공약집에 ‘소요 재원 및 재원조달 방안’을 중요하게 다뤘다. 175조원에 달하는 소요 재원을 재량지출 절감 등 재정개혁과 고소득자 과세, 상속·증여세 강화를 포함한 세입개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300조원 이상)와 윤석열 후보(266조원) 모두 공약 이행에 과거 대선 후보들보다 더 많은 돈을 쓰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작 재원 조달 방안은 밝히지 않아 공약 실행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는 처지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과거 대선 상황보다 정부 지출 가운데 의무지출이 늘어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이 제한적”이라며 “재원 마련 방법을 보여줘야 후보 공약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은 물론 유권자의 판단 요소를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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