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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팩트체크] 이재명 ‘기축통화’ 발언…‘IMF SDR’과 혼돈해서?

등록 2022-02-22 16:47수정 2022-02-22 19:00

IMF SDR 달러 외 4개국 통화 포함
전경련 주장은 원화 SDR 편입 가능성
IMF SDR 편입이 곧 기축통화 아냐
국제거래 원화 비중 매우 낮은 상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1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1차 대선 티브이(TV) 토론회에서 “우리나라가 기축통화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한 발언을 두고 논쟁이 뜨겁다. 이 후보는 나라 빚을 늘려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로 한국의 기축통화국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축통화국 발언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과 개념이 혼재돼 나온 것으로 보인다. 원화가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통상 기축통화는 국제 거래에서 중심이 되는 통화를 가리킨다. 국제 무역 결제에서 사용되거나 환율 평가시 지표가 되며, 대외준비자산으로 보유된다는 특징이 있다. 국제 거래를 할 때 믿고 사용할 수 있는 통화라고 보면 된다. 이처럼 절대 기준은 아닌 터라 평가자들마다 혹은 시대에 따라 기축통화 범주나 해당 통화가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낱말 자체가 ‘복수’가 아닌 ‘단수’라는 점에서 기축통화(Key Currency)로 미국의 달러화만 인정하는 시각이 다수다. 한국은행도 경제용어사전에 “20세기 초반까지는 세계 금융 경제의 중심이었던 영국의 파운드화가 기축통화로서 국제 거래에 주로 이용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전 세계 외환거래 및 외환보유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달러화가 기축통화로 인정받고 있다”고 적고 있다. 한은도 기축통화 단수설에 서 있는 셈이다.

유로화나 엔화처럼 달러화에는 못 미치지만 국제 무역에 일부 쓰이는 통화는 뭘까. 이것은 준기축통화 또는 교환성 통화란 개념으로 접근하는 시각이 있다. 아이엠에프가 만든 가상통화 ‘에스디아르’ 통화바스켓도 이런 예에 속한다. 아이엠에프 회원국은 경제적 어려움이 생기면 달러화(미국), 유로화(유로존), 위안화(중국), 엔화(일본), 파운드화(영국) 등의 통화를 섞어 만든 에스디아르라는 화폐로 자산을 인출할 수 있다. 바스켓 구성 화폐는 통상 국제적으로 안정적이며, 신뢰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넓은 범위에서 달러화 외 이들 4개 통화도 기축통화라고 부르는 사람이 가끔 있는 까닭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13일 낸 ‘원화의 기축통화 편입 추진 검토 필요’ 보도자료도 이런 시각을 가지고 있다. 해당 자료는 기축통화를 “국가 간 무역·자본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통화다. 달러·유로·엔·파운드·위안 5개 통화를 지칭한다”고 정의하며 원화의 아이엠에프 에스디아르 통화바스켓 포함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의 발언이 전경련의 이 자료를 인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런 ‘넓은 정의’에 공감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한은 조사국장 출신인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이엠에프 에스디아르와 기축통화는 완전히 별개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엄밀히 따지면 기축 통화와 교환성 통화를 같은 위치라고 보기는 힘들다. 간단하게 떠올려 봐도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주요 국가는 달러를 국제거래, 환율, 외환보유 등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위안화, 엔화 등을 해당 기준으로 설정한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전경련도 이재명 후보의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22일 추가 자료를 내어 “원화가 에스디아르에 편입된다고 해도 국제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어야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이 후보가 전경련의 과도한 해석을 그대로 받아 대선 토론에서 논지를 폈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원화의 국제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 원화는 전경련의 주장처럼 운 좋게 아이엠에프 에스디아르 통화바스켓에 들어간다고 해도 기축통화까지는 갈 길이 아주 먼 상황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수출입 거래에서 원화의 비중은 2.5%에 불과하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올해 1월 기준으로 집계한 국제 결제의 통화 비율을 보면, 1위와 2위는 달러화(39.92%) 및 유로화(36.56%)이며, 파운드화·위안화·엔화도 한자릿수 비중이었다. 원화는 공표되는 20위 순위 안에 들지 못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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