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제82공수사단 장병들이 2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6㎞ 떨어진 폴란드 프레미시우 인근 작전 기지 내를 오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정부가 올해 공급 예정인 무역보험 175조원 중 100조원 규모를 상반기에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달까지 두 달째 이어진 무역적자 흐름을 조기에 흑자로 반전시키기 위한 방안의 하나다. 무역역조 흐름은 3~4월쯤 반전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라는 변수를 맞아 불투명해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주요 업종 우크라이나 사태 및 수출 상황 점검 회의’를 열어 이런 방안을 밝혔다. 정부는 “이른 시일 내에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될 수 있도록 무역보험 100조원, 수출마케팅 지원에 1100억원을 상반기에 집중 투입하는 한편, 공급망·자원 핵심 국가와 맺고 있는 연대·협력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여한구 본부장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며, 이는 우리 수출 성장 흐름을 저해할 수 있는 실물경제 리스크 요인”이라며 “현재까지 큰 차질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지만,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수출에 잠재적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는 글로벌 공급망·물류 애로, 원자재 값 상승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같은 지정학적 변수를 빼면 무역역조 흐름은 3~4월께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예상이 많았던 터다.
한국무역협회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연초는 동절기여서 원유나 천연가스 도입물량이 많은 데다 이번엔 유가 상승까지 겹쳐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졌던 것”이라며 “흑자 달성 시점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3월부터는 트렌드(흐름)가 바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출 증가율이 15%를 웃돌고 있고 “일평균 수출액이 24억~25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데 바탕을 둔 전망이었다.
여한구 본부장도 “무역수지는 1월을 저점으로 점차 개선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 영향으로 2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발생했지만, 수출 증가세가 견조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우리나라 수출은 2021년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으며,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1월 15.2% 증가에 이어 2월 들어서도 20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3.1% 늘어난 343억달러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를 맞은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값 추가 상승에 발목이 잡히고 교역 여건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상현 원장은 “1분기말이나 2분기초에는 (무역적자 상태가) 풀릴 것으로 보고 있는데, 지정학적 변수로 국제유가가 어디로 튈지 몰라 예측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무역수지는 지난 해 12월 에너지 가격 급등 탓에 20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1월 역대 최대 수준인 48억9천만달러 적자, 2월(~20일) 16억79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달 전체로도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무역수지 적자가 석 달 연속 이어지면 2008년(6~9월) 이후 처음으로 기록된다.
이날 수출 점검 회의에서 무역협회는 공급망 이슈 관련 산업별·품목별 분석을 통해 잠재적 수출 위기 요인을 점검하는 한편, 긴급 수출 물류 지원 사업을 벌여 물류 애로를 겪고 있는 수출 중소기업들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대응지원반’을 통해 기업의 애로를 접수하고, 관련 동향과 대러시아 제재 등을 설명하는 업계 간담회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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