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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물 안 쓰는 세탁기’에 CO₂는 왜?

등록 2022-01-02 10:14수정 2022-01-03 02:02

액화·기화 제어하기 쉽고, 표면장력 커
배출된 CO₂ 수집뒤 액화시켜 재활용
LG전자, 새해 실험 운용…출시 시기 비공개
‘CO₂ 세탁기’를 입체적인 모양으로 그린 ‘모식도’. LG전자 제공
‘CO₂ 세탁기’를 입체적인 모양으로 그린 ‘모식도’. LG전자 제공
엘지(LG)전자의 ‘물 안 쓰는 세탁기’(CO₂ 세탁기)가 빨래의 주요 매개체를 이산화탄소(CO₂)로 삼고 있는 건 언뜻 역설적으로 들린다. 물과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세탁 방식이라는데, 이산화탄소는 대기오염의 주범인 온실가스의 대표 격처럼 꼽히고 있으니 말이다.

CO₂ 세탁기 연구·개발(R&D)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엘지전자 관계자는 “오염물질로 배출된 ‘시오투’를 포집해 액화시켜놓은 걸 들여와서 사용하고, 반복 재활용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세탁을 시작할 때부터 이미 오염물질인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이를 내보지도 않는다는 설명이다.

일반 세탁기에 빗대면 물의 역할을 하는 이산화탄소는 자연 상태에서 풍부하게 존재해 구하기도 쉽다. 질소 가스를 팔고 있듯이 액화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판매하는 업체들이 국내에서 이미 영업 중이다.

굳이 이산화탄소를 선택한 까닭은 여기에 더해 고유한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대략 두 가지다.

첫째, ‘상 변화’가 쉽다는 점이다. 압력과 온도를 적절하게 제어하면 액체 상태에서 기체로, 거꾸로 기체에서 액체로 쉽게 변한다. 세탁을 마친 뒤 이산화탄소를 다시 기화시켜 수집한 뒤 다음 액화시켜 세탁에 활용하는 방식이라 이는 꼭 필요한 성질이다. 옷감이 상하지 않는 압력·온도에서도 쉽게 변하는 성질이 쓸모를 키운다.

친환경적 에어컨 냉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 대안 중 하나로 이산화탄소를 꼽고 있는 것은 이런 특성과 관련돼 있다고 한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이산화탄소 냉매 에어컨을 장착한 전기차를 시범 생산하고 있다. 기존 냉매에 견줘 열 교환 효율이 높고 지구온난화지수(GWP)는 1로 매우 낮아 친환경 자연 냉매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표면장력’이 크다는 두 번째 특성도 강점으로 꼽힌다. 액체의 표면이 스스로 쪼그라들어 작아지려는 성질은 빨랫감에서 때를 벗겨내는데 결정적인 요인이다. 무색무취에 끈적끈적한 액상의 이산화탄소가 바로 이런 성질을 띠고 있다. 친환경 세제의 작용에 따라 빨랫감에서 빠져나와 액상 이산화탄소에 포착된 ‘오구’(때·오물)는 이산화탄소의 기화 때 떨어져 나와 오염 분리기로 이동한다. 기화 과정을 거친 이산화탄소는 재사용된다.

엘지전자의 CO₂ 세탁기는 지난달 3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의 샌드박스지원센터의 ‘산업융합 규제 특례 심의위원회’에서 실증특례 승인을 받았으며, 새해에 안전성 검증을 위한 실험 운용 단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가산디지털단지(서울 금천구) 안에 있는 연구·개발센터에서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며 “실험 장비 수준의 ‘초도품’ 상태로 세탁기 실물을 이미 마련해 뒀다”고 전했다. 엘지 쪽은 연구팀의 규모나 제품 출시 시기에 대해선 비공개에 부치고 있다. 실험용 세탁기의 실물이나 사진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입체 모양의 그림으로 표현한 ‘모식도’ 상태로만 드러나 있다.

CO₂ 세탁기는 기존 상업용 세탁기나 기름을 사용하는 드라이클리닝 제품과 달리 폐수와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방식이라 일반 세탁기와 달리 ‘밀폐 시스템’이다. 빨랫감을 넣거나 뺄 때를 제외하면 액체·기체가 새지 않도록 완전히 차단된다. 이런 방식이라 안전성 확보가 필요하고 제품의 덩치가 커 가정용보다 상업용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엘지전자가 이 세탁기의 실험 운용에 앞서 규제 특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했던 것은 법적 제한 때문이었다. 현행 고압가스안전관리법상 이산화탄소의 압축 액화 과정은 ‘고압가스 제조’ 행위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다른 시설로부터 상하좌우 8m 이상 떨어져야 하고 방호벽을 따로 설치해야 한다. 상용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이다. 심의위는 “폐기·배기가스를 줄이는 친환경 세탁 방식인 데다 해외에서 이미 상용화된 제품”이란 점을 고려해 “안전조치 방안 준수”를 전제로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스웨덴 가전기업 일렉트로룩스를 비롯해 해외에선 이미 CO₂ 세탁기를 상용화한 사례가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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