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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기업의 ‘임팩트 워싱’ 우려된다고? ‘임팩트’ 평가기준부터!

등록 2021-12-31 11:49수정 2021-12-31 13:03

[문진수의 사회적 금융 이야기]
산출·성과보다 목표 실현하는 ‘임팩트’ 중요
임팩트 측정 어떻게 할 것인가는 향후 과제
국내·외 사회적 가치, ESG 측정법 많지만
‘임팩트 워싱’ 현상 일어나지 않으려면
정부가 올바른 방향과 기준 설정 필요
언스플래쉬 제공
언스플래쉬 제공

수년 전부터 ‘임팩트’(impact)라는 표현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그런데 적당한 한국식 표현을 찾기 어려운 탓인지 영어 단어를 그대로를 사용한다. 누군가는 ‘효과’로, 누군가는 ‘성과’로, 또 누군가는 ‘영향’이라는 단어로 옮겨 말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라는 말은 (사회적) 효과, 성과, 영향 중 어떤 표현을 쓰는 것이 맞을까.

‘프로그램 논리 모형’(program logic model)은 투입, 활동, 산출, 성과, 영향이라는 단계로 작업 수행과정에서 얻어지는 결과물을 평가한다. 목적한 일을 이루려고 필요한 자원을 넣는 걸 ‘투입’(input)이라 한다. ‘활동’(activity)은 투입된 자원을 바탕으로 사업을 수행해나가는 과정이다. ‘산출’(output)은 활동을 통해 드러난 결과물을 말하며, 산출물을 평가하는 척도는 ‘효율’(efficiency)이다. ‘성과’(outcome)란 특정한 사업을 추구하는 구체적인 목표를 말하며, 평가 척도는 ‘효과’(effectiveness)다. 끝으로 ‘영향’(impact)이란 사업을 실행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뜻하며, 투입 시점부터 작업 수행과정에서 얻어지는 유·무형의 가치를 모두 포괄한다. 영향의 범위는 정의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크게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가치로 구분할 수 있다.

프로그램 논리 모형 흐름도
프로그램 논리 모형 흐름도

정부의 정책 수행과정을 평가할 때, 중요하게 바라보는 지점 중 하나가 산출과 성과의 차이다. 산출만 있고 성과가 미미하다면 성공한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정책목표를 달성한 결과물이 없기 때문이다. 효율을 높였을지 모르지만, 효과가 없다면 의미를 찾기 어렵다. 효율이 일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라면, 효과란 제대로 된 일을 수행하는 것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큰 차이가 존재한다.

정부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취업에 유리한 자격증을 취득하면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실행한다고 해보자. 이 정책의 산출물은 자격증을 취득한 청년들의 숫자다. 이 정책이 제대로 된 성과물을 만들어내려면 실제로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의 수가 늘어야 한다. 따라서 이 정책이 취업률을 올리는 데 기여하지 못했다면, 목표를 잘못 설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학문적 논의가 더 필요한 주제이긴 하나, 이 모형의 흐름에 큰 이견이 없다면 소셜 임팩트라는 말은 ‘사회적 영향’이라고 바꿔서 불러도 좋을 것 같다. 같은 맥락에서 임팩트 투자란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투자이니 ‘사회영향투자’ 혹은 ‘사회목적투자’라는 표현으로 바꿔서 사용하면 어떨까. 영어 말을 계속 써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말이다.

정작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영향을 측정, 평가할 것인가?’이다. 혁신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가치를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려면 명증한 기준이 필요하다. 새로운 업무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에스지(ESG)를 통해 기업들을 평가하려면 누구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통의 분석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난 몇 년 사이 공공과 민간의 여러 단위에서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분석 도구를 내놓기 시작한 건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국제적으로도 많은 기관과 단체가 모여 평가체계 표준화 작업과 국제적 수준의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적 맥락과 환경에 부합하는 평가체계를 정립해야 하는 큰 과제가 놓여 있다.

이미 유럽연합(EU)은 2018년부터 500인 이상 기업에 대한 이에스지 정보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상장기업들의 이에스지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겠다는 정부의 공식발표가 있었다. 이제 기업들은 해마다 자신들이 사회와 환경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공개해야 하고, 그 결과는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논점은 ‘사회·환경적 영향의 폭과 너비를 어떻게 설정한 것인가?’라는 주제다. 따로 정답이 있는 게 아니어서 아주 작은 일을 하고 마치 대단한 업적을 이룬 것처럼 과장하는 가짜들이 등장할 개연성이 높다. 이른바 ‘임팩트 워싱’(impact washing) 현상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산출이 아닌 성과 기반의 영향 측정이 요구된다.

최근 몇몇 기업들이 발표한 내년도 이에스지 목표를 살펴보면서 이 걱정이 단지 기우가 아님을 확인한다. 사회(S) 목표는 진부하고, 환경(E) 목표는 자사 제품의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설계되어 있다. 기업이 바라보는 전략과 시민사회가 해석하는 방향에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뜻이다. 결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올바른 방향과 기준을 정립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가치 평가는 소홀히 다루어선 안 되는 중차대한 주제다.

문진수 사회적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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