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분기 하락세로 돌아선 국내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가 내년 1분기엔 지금보다 더 싸늘할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비금속광물과 정유·석유화학이, 지역별로는 경기와 강원 쪽이 특히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과 의료정밀 업종, 경남과 세종 지역은 비교적 호조를 띨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1~12월에 걸쳐 전국 2371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22년 1분기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89로 집계됐다고 27일 밝혔다. 올해 3분기 103에서 4분기 91로 떨어진 데 이어 2분기 연속 하락했다. 지수가 100 아래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전분기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대한상의는 “글로벌 공급망 대란과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이 안정화될지 불투명하고,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오미크론’의 확산세까지 겹쳐 부정적 전망이 긍정적 전망보다 우세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매출 대비 수출 비중 50%를 기준으로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을 나눠 분석한 결과, 수출기업 경기전망지수는 94, 내수기업 지수는 88이었다.
업종별로는 제약(112), 의료정밀(104), 화장품(103), 조선·부품(102)만 기준치를 웃돌았다. 제약, 의료정밀, 화장품은 호조세를 이어갔고, 올해 들어 수주 실적 개선을 이룬 조선·부품에서도 긍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건설비수기를 맞은 비금속광물(70), 원자재 가격과 공급망 영향을 크게 받는 정유·석유화학(82), 자동차·부품(87),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더딘 회복세를 보인 식음료(86), 전기장비(85) 등 나머지 업종들은 부정적인 쪽이었다.
지역별 체감경기를 보면 경남(107), 세종(100)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이 기준치를 밑돌았다. 경남 지역의 호조세는 조선업 경기와 밀접한 관련성을 띤 것으로 풀이됐다. 경남 지역에는 조선 부품 업체들이 많다. 자동차부품 업체가 많은 경기(80)와, 비금속광물 비중이 높은 강원(83) 지역은 가장 낮은 편에 들었다.
내년에 가장 우려하는 경영 리스크(위험 요인)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83.1%)과 ‘코로나 확산 지속’(57.1%)이 높게 꼽혔다. ‘부품조달 등 공급망 차질’(32.1%),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19.5%), ‘탄소절감 등 환경이슈 대응’(10.6%)이 뒤를 이었다(복수응답).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수립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26.8%에 그쳤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코로나 상황과 그 부작용들이 개선되지 못하면서 경제 불확실성과 불안 심리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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