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모바일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차량과 보행자, 차량과 이륜차, 차량과 차량의 충돌 위험을 감지하고 교통사고 위험을 알려 사고를 막는다. 자동차 뒷유리창에 디스플레이를 붙여 차량 간 소통을 통해 ‘전방 사고 주의’ 같은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한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전화(070)를 사용할 수 있는 유무선 융합 서비스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지원센터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3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어 규제특례(샌드박스)로 승인한 사업들이다.

교통안전 모바일 앱은 엘지(LG)전자가 승인 신청한 것으로 ‘소프트 V2X’다. ‘차량과 모든 사물의 통신’이란 뜻을 담고 있다. 사용자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위치, 이동방향, 속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충돌 위험을 감지해 스마트폰에 화면, 소리, 진동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별도 단말기가 필요한 기존 V2X와 달리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엘지전자는 서울과 세종의 초등학교, 관계기관과 협업을 통해 스쿨존에서 시범사업을 우선 실시할 예정이다.

현행 위치정보법상 개인 위치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려면 개인 위치 정보 주체에게 제공받은 자, 제공 일시, 제공 목적을 고지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불특정 다수와 개인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V2X가 위치 정보를 이용할 때마다 정보 주체에게 이를 알리고 동의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엘지전자는 수집·이용에 대해 최초 동의를 받고 서비스할 수 있도록 샌드박스 승인을 요청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기간, 지역, 대상을 한정해 무상으로 실시하는 경우 위치 정보 사용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며 시장 테스트를 허가했다.

‘차량용 플렉스블 디스플레이 알림 서비스’의 실증 특례를 승인받은 업체는 ‘유닉트’이다. 자동차 뒷유리창에 투명 플렉서블 엘이디(LED) 디스플레이를 붙여 ‘전방 사고 주의’, ‘안전거리 확보 요망’ 같은 안전 관련 메시지를 보내는 서비스다. 메시지 표출을 위한 리모컨이나 음성 인식 버튼을 차량 핸들 따위에 설치해 버튼을 누르거나, 말을 하면 사전에 입력한 메시지가 뒷유리창에 뜨는 방식이다.

유닉트는 구급차, 경찰차, 소방차 등 특수목적용 차량과 자가용 자동차를 대상으로 실증을 실시할 계획이다.

현행 옥외광고물법상 자기 소유 차량 뒷유리창에 광고는 금지돼 있고 전기조명을 사용한 광고도 제한된다. 또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 뒷면에는 끝단 표시등, 제동등, 방향지시등과 혼동하기 쉬운 등화나 점멸하는 등화는 설치할 수 없다.

심의위는 승인 배경으로 “차량 주행과 도로 상황 등에 관한 차량 간 실시간 소통이 가능해져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과 사물인터넷(IoT), 디스플레이 등 연관 산업 활성화가 기대된다”는 점을 들었다. 다만, 엘이디 빛이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 주의 분산을 유발할 수 있다며 교통안전 영향을 사전에 테스트하고 디스플레이 크기와 설치 위치, 등화 밝기에 대해 한국교통안전공단의 검증을 받도록 했다.

유무선 융합 인터넷전화 서비스는 엘지유플러스가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유선 인터넷망과 엘티이(LTE)라우터를 융합한 서비스로 유선 인터넷망 장애 때 이동통신망으로 인터넷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유선망이 없는 지역에서도 이동통신망으로 인터넷전화를 이용하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전화번호(070) 가입자와 통화할 수 있다.

현행 전기통신법 시행령상 기간통신사업의 등록 요건이 무선, 유선 사업으로 나뉘어 규정돼 유무선 융합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불명확했다. 과기정통부는 “유무선 융합 인터넷전화 서비스가 ‘인터넷전화 서비스의 부가서비스’에 해당해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약관 신고 후 출시할 수 있다”며 특례를 허용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