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부자, 땅 부자가 들으면 반색하며 거봐라 쾌재를 부를 주장이 튀어나왔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4년간 부동산 보유세 비율이 급격히 증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넘는다”는 내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20일 내놓은 ‘종합부동산세의 국제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들어있다.
한경연이 사용한 분석 방법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보유세 비율을 따진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한경연은 우리나라의 경우 “보유세 비율이 2010년~2017년까지 0.08%포인트(0.7%→0.78%) 증가한 데 그쳤다가 현 정부 출범 시기인 2017년 0.78%에서 2021년 1.22%로 0.44%포인트 급격하게 높아져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07%)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국의 2021년 추정치는 성장률이 3.9%에 이를 것이란 가정에 따른 것이라고 한경연은 밝혔다. 보유세 추정 규모는 국민의힘 소속 유경준 의원실에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고지액과 징수액의 차이 등을 따져 추정한 결과에서 따왔다고 했다.
올해 한국의 성장률과 보유세 추정치의 적절성이나 한국의 경제수준(2020년 기준 GDP 규모 세계 10위)을 떠나 당장 눈에 띄는 문제점이 있다. 비교 대상의 시점이다. 한국을 빼고는 모두 2018년 수치까지밖에 없다. 한국보다 낮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는 2018년 기준이다. 한국의 2018년 수치는 이보다 낮은 0.82%이다. 같은 시점을 비교하면 한국 쪽이 낮은데도 한경연은 용감무쌍하게 높다고 자료에 콕 박아 썼다. 간격이 3년이나 벌어져 있는 두 시점 자료를 같은 것인 양 태연하게 비교해, 하고 싶은 주장의 근거로 써먹은 그 무심함이 놀랍다.
보고서를 펴낸 임동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와 달리 오이시디 평균은 2019년 이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019년 비율이 2018년보다 약간 낮은 1.06%로 추정됐다고 덧붙였다.
통계 비교의 기본을 떠나 이 자료 자체에서 이미 국내 보유세의 문제적 실상이 드러나 있다. 2018년 기준 미국의 부동산 보유세 비율은 2.73%로 한국의 3.3배, 영국(3.09%)은 3.8배, 프랑스(2.66%)는 3.2배, 일본(1.90%)은 2.3배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 비율이 너무 높다는 주장을 하고 싶었던 한경연 쪽을 매우 실망하게 했을 법한 내용이다.
이런 터에 “세제나 규제의 강화가 아니라 수급 안정에 바탕을 둔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 유지가 필요하다”는 한경연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임동원 위원은 “다른 국가들은 보유세 비율이 높지만, 거래세나 양도세 비율은 작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관련 세금이 높고, 보유세 비율은 현 정부 들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한경연 자료의) 표에서 보듯 우리나라 보유세는 너무 낮은 게 문제라는 결론이 나온다”며 여기에 “우리나라 민간 소유 부동산 자산의 국내총생산 대비 가액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매우 높다”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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