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상생형 지역 일자리 포럼에서 한 참가자가 군산형 일자리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일자리위원회 제공
2017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과 2018년 한국지엠(GM) 군산공장 폐쇄는 군산의 산업기반을 초토화시켰다. 2019년 군산 국가산업단지의 생산은 한창때였던 2012년에 견줘 49% 감소했고, 수출은 무려 83%나 하락했다. 군산의 지역경제는 큰 타격을 받았다. 2019년 소규모 점포의 공실률은 2016년 대비 7배 증가한 25.1%를 기록했다. 당시 전국 평균은 5.9%였다. 인구는 2016년 27만7551명에서 2020년 1월 26만9779명으로 줄었다. 군산은 지역사회가 해체될 위기에 내몰렸다.
군산시는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2018년 12월24일 군산시는 노동계와 재계, 지역 주민과 함께 ‘군산형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9차례의 실무협의회를 거쳐 협약안을 만들고 이를 실천하기로 합의했다. 엔진차를 전기차로 대체하고 중견 벤처기업 중심의 협력 구조로 가치사슬을 새로 짰다. 군산의 자구 노력은 정부의 인정을 받아 2021년 2월 상생형 지역 일자리로 선정됐다. 군산형 일자리는 2024년까지 5171억원을 투자해 24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고 1700여명을 직접고용하는 전기차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인 상생형 지역 일자리는 산업기반 붕괴 위기에 직면한 지역을 되살리기 위한 맞춤형 정책이다. 노동자, 기업, 주민 등 해당 지역의 경제 주체들이 노동조건과 복리후생, 생산성 제고 방안 등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과 투자를 받는 것이다. 현재 군산을 비롯해 광주, 밀양, 부산, 횡성, 구미, 대구, 신안 8개 지역에서 총 51조1천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1만2천명을 직접고용하는 게 목표다.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업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8개 선정 지역 외에 전북과 충북 등 10개 지역이 추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12월8일 열린 상생형 지역 일자리 포럼은 이 정책의 현주소와 남은 과제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일자리위원회 이주영 상생형지역일자리 팀장은 “이 정책이 성공하려면 지역 여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지역경제 주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경제 주체들이 뒷전에 물러나 있으면서 정부 지원이나 기업의 투자에만 기대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위원은 “상생형 일자리가 지속가능하려면 지역 균형발전 틀을 넘어서는 독자적 제도화가 필요하다. 일자리를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자에 나서는 기업들의 진정성도 중요하다. 고진곤 한국노총 군산지부 의장은 “전기차 생산에 나선 업체들이 애초 내놓은 사업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생산은 뒷전이고, 은행 대출 등 다른 데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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