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과세 강화 조처로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 고지세액이 한 해 전보다 세 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에 따라 재산세까지 합한 부동산 보유세의 실효세율도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한국의 부동산의 실효세율은 다른 나라에 견줘선 매우 낮은 터라, 여야 대선 후보 진영에서 진행 중인 부동산 보유세 완화 논의는 섣부른 감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한겨레>가 윤영훈 조세재정연구원 초빙연구위원에게 의뢰해 ‘주요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따져본 결과,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6~2020년 0.15~0.17%였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미국 등 비교 가능한 주요 선진국에 견줘 크게 낮은 수준이다.
특히 2020년의 경우 관련 데이터가 확보된 캐나다(0.79%), 프랑스(0.42%)는 한국(0.17%)보다 크게 높았다. 2019년 기준 미국과 영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각각 0.95%, 0.79%로, 같은 해 한국(0.17%)의 5배 내외 높다. 다만 독일은 보유세 실효세율이 2018년(0.12%)과 2019년(0.11%) 모두 한국보다 낮았다.
한국의 경우 2019년 대비 2020년 종합부동산세 징수액이 34.8%, 재산세도 같은 기간 8.6% 늘어났음에도 실효세율이 한 해 전과 차이가 미미한 까닭은 해당 기간 동안 민간 보유 주택과 토지 등 부동산의 자산가치도 불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조사는 각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제출한 과세·자산 정보를 토대로 이뤄졌다. 실효세율은 토지와 주택 등 부동산을 보유한 데 따라 부과·징수된 세금을 민간이 보유한 부동산의 시장 가치로 나눈 백분율이다. 한국의 경우 국세인 종합부동산세와 지방세인 재산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올해 한국의 부동산 실효세율은 다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와 같은 과세 강화 조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제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전체 보유세 대비 약 20% 남짓 비중을 차지하는 올해 종합부동산세 부과액(약5조7천억원)은 한 해 전(1조8천억원)보다 세배 남짓 불어났다. 같은 기간 아파트값(전국·실거래가 기준)은 20% 내외 상승했다.
윤영훈 연구위원은 “올해 종부세가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그만큼 부동산 자산 가치도 크게 올라 다른 주요국에 비해선 여전히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는 모두 보유세 부담 완화에 앞장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종부세 과세기준을 상향한 데 이어 현실에 부합하도록 공시가격을 끌어올리려던 계획도 보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종부세 폐지도 거론한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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